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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이시대의 스타/예능·기타(etc)

작은 무대라도, 歌王은 歌王

지송나무 2015. 6. 17. 08:23

 

 

작은 무대라도, 歌王은 歌王


 


가왕’ 조용필이 도쿄 국제포럼홀에서 열창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차분히 앉아 공연을 감상하는 일본 중년 팬들. 공연 막바지엔 일제히 일어나 공연장 전체를 ‘스탠딩석’으로 만들었다. /인사이트 제공

★... [조용필, 15년 만의 日 콘서트 현장]

5000석 규모 작은 공연장서 진행, 첨단장치… 무대세트 트럭 8대 분량

관객들 "생기 넘치는 목소리 여전" "와타시와 겡키데스네. 오히사시부리데스. 니홍고가 다이죠부데스까?(저는 잘 지냅니다. 오랜만이네요. 일본어가 괜찮나요?)"

작은 무대, 큰 감동이었다.

7일 저녁, 15년 만에 도쿄를 찾은 '가왕(歌王)' 조용필의 무대는 도쿄 국제포럼홀. 최대 수용 인원이 5000명 수준인 이 공연장은 '~아레나' '~돔' 같은 이름이 붙은 매머드 공연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 하지만 50대가 주축인 관객들은 이제까지의 K팝 공연과 차원도 급도 다른 '정통 한국 대중음악'의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31년 전 구슬프고 애절한 '부산코헤 가에레'(釜山港へ帰れ·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일본 음악계에 발을 디뎠던 서른두 살의 청년 가수 조용필. 그는 이날 '조용필 헬로 투어 인 도쿄'를 통해 세월을 거꾸로 먹은 듯 에너지 넘치는 로커로 변해 일본 팬들과 만났다.

'헬로'의 후렴구를 맛보기로 선보인 뒤 '미지의 세계'를 시작으로 조용필은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나는 너 좋아' '못 찾겠다 꾀꼬리' 등 여름밤의 오토바이 질주처럼 시원하고 싱그러운 80년대 히트곡들로 분위기를 띄웠다. 촘촘한 전구가 박힌 가느다란 실선을 천장에서 아래로 늘어뜨려 마치 3D처럼 입체적 효과를 낸 '도트 이미지'라는 효과가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일본 연출팀과 처음으로 선보인 야심작인 이 불빛들은 때로는 갈매기의 너울거리는 날갯짓('돌아와요 부산항에')이 됐다가, 토성의 테('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가왕을 감싸고 공중을 휘휘 돌았다.

공연 후반까지 점잖게 앉아서 보던 관중들은 '모나리자'에서 무대에 불길이 솟자 자리를 박차서 일어났고, '헬로'와 '그대여' '여행을 떠나요' 등 마지막 곡들에선 공연장이 모두 '스탠딩석'이 됐다.

조용필은 1980년대 일본의 '엔카 여왕'으로 불린 고(故) 미소라 히바리 등 숱한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1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추억의 미아(想いで迷子)' 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당시엔 일본 공연도 자주 가졌다. 그래서 15년 만에 열린 이날 무대는 일본 팬들에겐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그런 점을 감안한 듯 새 앨범에 수록된 '바운스' '헬로' '추억의 미아' 등은 전부 일본어로 불렀고,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등도 일부 소절은 일본어로 불렀다.

단 하루,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이 공연엔 무대 세트만 트럭 8대 분량, 스태프 140여명이 동원됐다. 공연장 사정으로 전날에 무대 설치를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조용필은 리허설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해 '실전(實戰) 연습'을 하기도 했다.

공연장에선 일본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오랜 팬들이 곳곳에 보였다. 지바에서 온 기무라 레이코(70)씨는 "80년대 섣달 그믐 홍백가합전에서 조용필씨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촉촉하고 생기 넘치는 목소리만큼은 변함없더라"며 웃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사무소 김영덕 소장은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적인 가수가 공연장을 찾았다는 점 자체가 한·일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후루야 마사유키 한국대중음악평론가는 "발음과 멘트가 유창하고 진심이 담겨 있다는 점이 요즘 젊은 가수들과 다른 점"이라며 "일본은 공연 위주의 밴드 음악의 토양이 탄탄한 만큼 현지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