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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 키워 癌 공격… 폐암말기 환자, 2년째 생존

지송나무 2016. 5. 2. 21:13

'면역세포' 키워 癌 공격… 폐암말기 환자, 2년째 생존

입력 : 2016.04.28 03:00 | 수정 : 2016.04.28 08:20

[오늘의 세상]
[암 치료 새 지평 열린다] [上]

- 면역항암제로 면역세포 軍隊 육성
기존 항암제의 암 직접 공격보다 약물 독성 적고 치료 효과 뛰어나
- 문제는 年 1억원 드는 약값
건강보험 무제한 적용 어려워 대상 환자 등 사회적 합의 필요

흡연 경력 20년이 넘는 회사원 최모(45)씨는 2년 전 기침과 가래가 심해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다. 거기서 큼지막한 덩어리가 오른쪽 폐에서 발견됐고, 조직 검사 결과 폐암 진단이 내려졌다. 진단 당시 폐암은 이미 뇌와 간으로 퍼져 있었다.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말기(4기)였다. 한창나이 가장에게 황망한 일이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우선 기존 항암제를 투여했다. 별 효과는 없었다. 기침과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몸은 바짝 말랐고, 거동조차 힘들었다. 의료진은 그의 여생을 6개월 정도로 봤다.

그러다 2015년 1월 신개념 암 치료제인 키트루다(Keytruda·제약사 MSD의 면역 항암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최씨는 3주에 한 번씩 외래에서 키트루다 주사를 맞았다. 두 달 후 최씨의 주치의인 조병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다 죽어가던 최씨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진료실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조 교수는 "완전히 기적이자 충격이었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면역 항암제 효과를 직접 보며 암 치료의 새 지평이 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최씨의 폐암은 90%가 줄어든 상태고, 약물 독성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신개념 암 치료 면역 항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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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투여 후 줄어든 폐암 외
기존 항암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다. 암이 성장하는 회로를 차단하거나 독성으로 암세포를 죽인다. 이에 대해 영민한 암은 우회로를 만들거나 독성을 막는 장막을 쳤다. 근래 나왔던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내성 현상으로 약효가 줄어드는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는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그것이 암을 공격하도록 한다. 적진을 직접 포격하는 게 아니라 군대를 키워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식이다. 면역세포 중 T세포는 암을 인지하고 공격하는 주축 군(軍)이다. 영특한 암세포는 T면역세포의 안테나 격인 PD-L1 수용체에 달라붙어 T세포가 암도 못 알아보고, 공격도 하지 않게 무력화했다.

면역 항암제는 이 PD-L1에 암세포 대신 달라붙어 T세포 기능을 지킨다. 그리하여 암 전쟁 주축군 T면역세포가 진열을 갖춰 암세포를 잡아먹는다. 원래 있던 면역세포를 활용하는 치료여서 약물 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 세계 암 전문의들은 면역군(軍)의 승리를 보면서 "수술·항암제·방사선 치료에 이어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다"고 환호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피부암 흑색종이 뇌로 전이됐을 때 이를 완치시키기도 했다.

작동 원리상 면역 항암제는 거의 모든 암에 적용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 회사들은 마치 금광을 찾아 떠나는 골드 러시(gold rush)처럼 면역 항암제 개발과 시판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폐암·위암·두경부암·난소암·대장암 등 12개 암 종류, 주로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24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비싼 약값, 건강보험이 관건

피부암 흑색종에는 국내 시판 승인이 난 상태다. 최근 제약사 BMS의 옵디보(Opdivo)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암 사용 승인을 받았고, 키트루다는 다음 주쯤 승인이 날 예정이다. 현재 폐암은 암 사망률 1위로, 한 해 2만3000여명의 신규 환자가 생기고 1만7000여명이 목숨을 잃는다.

면역 항암제가 모든 폐암 환자에게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주로 전체 폐암의 약 80%를 차지하는 비(非)소세포 계열 폐암에 효과가 있다. 이 중 기존 항암제에 반응이 없어 암이 계속 악화하거나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돼 손 쓸 도리가 없었던 폐암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환자의 20~30%가 생존을 이어가는 획기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전이된 비소세포 폐암의 5년 생존율은 5%에 불과했다. 김열홍 고려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T면역세포의 PD-L1이 많이 발현되는 환자의 경우 면역 항암제 효과가 더 높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엄청나게 비싼 약값이다. 키르루다의 경우 미국 시판 기준으로 일년 투여 비용이 1억원 정도다. 자칫 '앓느니 죽겠다'는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임상시험 참여 환자들은 무상으로 치료받지만 시판 승인이 나면 환자가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 부담을 줄여주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말기 환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무한정 건강보험을 적용했다가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대상 환자와 적용 범위에 대 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암 전문의들은 ▲치료 효과가 좋게 나오는 T면역세포 PD-L1 농도가 높은 환자 위주로 ▲암환자가 항암제 약값의 5%만 내는 현행 방식보다는 환자 부담 비율을 다소 높이고 ▲3~4개월 투여 후 효과 없는 경우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하고 ▲제약사들은 한국 경제 수준에 맞게 약값을 낮추는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