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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자연생활/동물

동화를 뚫고 나온 신비동물 오카피

지송나무 2023. 10. 18. 20:56

동화를 뚫고 나온 신비동물 오카피

  • 기자명 최종욱 
 

[동물과 삶]오카피

오카피.

 이름이 우리나라 어떤 식물명(오가피)과 매우 비슷하지만 콩고 원주민 말로 ‘숲의 당나귀’(오아피)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와 그가 사는 콩고민주공화국 내 ‘오카피야생동물보호지역 열대우림’은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까지 돼 있다.

 그는 기린, 얼룩말, 사슴, 당나귀, 영양 등 그야말로 다섯 가지 동물을 카피한 듯하다. 이제 어려운 이름이 조금은 쉬워 보일 것이다.

 1900년까지는 과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동물이었다가 탐험가인 존스톤(Johnston)이란 분이 공식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의 이름은 오가피의 학명에도 끼어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딱 봐도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은둔 왕국에 사는 무척 높은 족속 같아 보인다.

 그 약욕강식이 난무하다는 드센 아프리카에 살지만 생김새만 보면 전혀 아프리카스럽지 않다. 너무 고상하고 순하게 보인다.

 몸통은 기린 같고 다리는 얼룩말 같은 그의 몸의 무늬패턴도 은폐도 위협도 아닌 그냥 아름다움만 추구하기 위해 태어난 마치 전설 속의 ‘유니콘’ 같다. 물론 유니콘처럼 자기를 보호할 마법 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멸종 안되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다.

 얼굴은 기린을 닮았지만 기린처럼 키가 크지 않고 뿔은 이마 한 가운데 있지만 사슴처럼 날카롭지 않고 다리는 얼룩말같지만 얼룩말같은 강한 발차기도 없다.

 이 신기하지만 약하디 약한 녀석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유명 동물원에선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번식이 잘되는 곳에서 일단 번식이 이루어지면 암수 한 쌍을 다른 동물원에 분양하고 이렇게 해서 점점 개체수를 불려서 그들을 자연에 환원시키는 위대한 공동 작업이다.

 아메리카들소, 안데스콘돌, 몽고야생마 들이 이 방법으로 야생에 복원되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본과 전문기술 국제적인 네트워크 특히 철학과 의지가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 우리나라 동물원은 이런 일을 감당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걸로 보인다.

 현대 동물원의 가장 핵심적인 존재 이유가 야생에서 멸종해 가는 동물들의 종보존 임을, 그리고 동물원은 구경이 아닌 감상하러 가는 곳이라는 걸 아직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종욱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