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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똘아빠의 식도락] 대구의 안줏감 ‘뭉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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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복현동 ‘참조은생고기’의 뭉티기. |
“형님, 저 오늘 저녁 때 대구에 도착합니다, 시간 괜찮으면 구이집에서 소주 한잔 하지요.”
업무차 몇 해 전부터 알고 지내는 서울에 사는 지인에게서 어느 날 걸려온 반가운 전화 한 통이다. 광고회사 영업을 담당하는 그인지라 전국적으로 출장을 다니고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런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 음식이 대구의 대표 먹거리인 ‘뭉티기’이다.
‘○○구이’란 옥호가 생고기집의 전형적인 방식인지라 그 친구에게 뭉티기집은 구이집이란 이름으로 각인되어 있고, 처음에는 서울에서도 어렵잖게 맛볼 수 있는 육사시미 정도로 생각하고 만만하게 생각했지만 구수한 뭉티기와 맵싸한 장맛이 빚어내는 대구식 생고기의 맛에 한번 빠지고 난 뒤로는 대구 출장길이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대구 10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으며 주당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뭉티기는 1950년대 향촌동에 있는 너구리식당에서 처음으로 생겨나게 된다. 너구리식당의 인기에 힘입어 몇 해 뒤에는 녹양구이와 송학구이에서도 뭉티기를 차려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구 곳곳에 준수한 뭉티기집이 주당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녹양과 송학처럼 체인점화 된 곳도 있지만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자그마한 뭉티기집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네마다 괜찮은 뭉티기집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범어동의 백합구이, 동인동의 장원식당과 왕거미식당 등은 이른 시간부터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고, 조금만 늦어도 그날 들어온 고기가 동이 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뭉티기집은 복현동에 있는 ‘참조은생고기’이다. 고기의 질이나 손질상태, 뭉티기맛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장맛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고 다른 집에 비해서 보다 넉넉한 양도 이 집만의 장점이다.
뭉티기집에서 생고기 맛이 좋은 건 당연하지만 곁차림 찬에서도 매력이 느껴진다. 계절에 따라서 직접 캐온 냉이로 김치를 담가 차려내기도 하고, 진달래가 만발하는 계절에는 화전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맛난 건 주인 아줌마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아닐까 싶다. 술만 마시면 속을 버린다고 꼭 밥을 드시라고 손님들한테 권하는데 공기밥 한 그릇 값만 지불하면 고소한 참기름향 풍기는 겉절이가 담긴 대접에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여낸 찌개가 식탁 위에 오른다.
겉절이에 구수한 맛이 풍기는 된장찌개를 넣고 슥슥 비벼낸 밥은 웬만한 백반집의 그것보다 한 수 위의 맛을 선보인다.
이윤을 남기는게 목적이 아니고 자기 음식을 맛있게 비워내는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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