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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강원도지역

[여름 계곡산행2] 강원도 정선군 덕산기계곡

지송나무 2015. 8. 5. 08:51

 

[여름 계곡산행2] 강원도 정선군 덕산기계곡

그곳엔 자연과 걷는 ‘길 없는 길’만이 있다

 
'정선'하면 '아리랑'이 떠오른다. 정선 아리랑은 지난해 12월 6일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는 정선 아리랑은 오늘날에도 새롭게 노랫말을 보태 전해지고 있다. 정선에는 아리랑과 함께 잘 보전되어야 할 자연경관이 많다.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덕산기 계곡도 그 중에 하나다.

덕산기 계곡에 숨어있는 덕산기 마을은 화전민들이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화전경작이 금지된 1970년대에 들어서 덕산기 화전민들은 다른 터전으로 떠나야했다. 이제는 몇 가구밖에 살지 않는 덕산기는 사람들에게서 잊혔다가 2007년에 KBS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소개된 이후로 다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방송 이후로 여름철에 덕산기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도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피서객들은 방송에서 소개됐던 덕산1교를 중심으로 몰리기 때문에 상류 쪽은 여전히 오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옥빛 계곡물에 첨벙첨벙 발 적시며 트레킹


덕산기 계곡은 정선군청에서 10km도 안 되는 곳에 있다. 국도에서 아주 약간 벗어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국도를 따라가기만 해서는 덕산기 계곡을 찾아낼 수가 없다. 59번 국도 옆으로는 어천이 흐르고 있고 산줄기가 병풍처럼 서 있다. 어천과 나란히 서쪽을 향하고 있는 산줄기 너머 바로 덕산기 계곡이 있다. 59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월통교를 건너서 여탄 마을을 빠져나와야 비로소 덕산기 계곡에 닿을 수 있다.

덕산기는 옛날에 덕산(德山)이라는 도사가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해서 덕산기가 되었다는 전설과 함께, 원래는 '덕산터'라고 해서 '큰 터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덕산기 마을은 계곡이 굽이도는 곳에 있는 큰 터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덕산기 계곡 트레킹은 하류 쪽인 덕우리 또는 상류 쪽은 북동리를 들머리로 할 수 있다. 북동리보다는 덕우리로 접근하는 게 더 쉽기 때문에 대부분 덕우리에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트레킹을 많이 한다. 예부터 덕산기 계곡은 북동리로 들어가는 문치재에 도로가 나기 전까지 북동리로 들어가는 길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또한 하류의 경관이 상류보다 더 수려하기도 하다.

덕산1교에서부터 다리마다 차단기가 있다. 장마철 같이 물이 많은 때에는 덕산1교에서부터 도로를 차단한다. 취재진이 간 날에는 덕산3교의 차단기까지 열려 있었다. 덕산3교를 지나서도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계속 이어져 있다. 취재진은 덕산3교에 차를 세워놓고 배낭을 짊어졌다.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물길을 건너야 했다. 계곡 물이 콘크리트 도로 위로 흐르고 있었던 것이. 물에 잠긴 도로에 이끼가 끼어있는 것으로 보아 거의 항상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길은 계곡을 옆에 끼고 길게 이어졌다. 계곡과 길 양 옆으로는 산이 파수꾼처럼 서 있다. 산그늘이 진 곳에서는 햇볕을 피할 수 있었지만 곳에 따라서는 땡볕 아래를 걸어야 한다. 계곡 트레킹이라 하면 계곡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지만, 덕산기 계곡은 얕은 곳이 있는가하면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 있어서 물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계곡을 트레킹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계곡과 도로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나란히 따라가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해서 본의가 아니더라도 발을 적시게 된다. 또, 도로가 지겨워질 때마다 언제든지 계곡에 발을 담글 수가 있다.

도로를 따라고 걷고 있는 중에 뒤에서 차가 왔다. 4륜구동지프였다. 차 역시 물을 건너오느라 바퀴가 젖어 있었다. 차는 도로에 바퀴 자국을 두 줄로 남기며 앞서 갔다.


 

덕산3교에서부터 40분쯤 걸어 올라온 지점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표지판은 왼쪽으로 가면 '산을 닮은 집'이라는 민박도 하고 드립 커피도 판매하는 집이 나온다고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북동리 가는 길(정선애인)→'이라고 돼 있다. 왼쪽은 비포장 길로 계곡을 바로 옆에 끼고 있다. '길 없슴'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난 길은 비탈길이다. 언덕길이 끝나자 넓은 밭과 몇 채의 집이 나타났다. 낯선 사람을 발견한 개가 짖어댔지만 집 주인의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개도 금방 짖기를 그만두었다.

마을을 지나자 포장도로가 끝이 났다. 아직 콘크리트 포장은 안 돼 있지만 이미 모래와 자갈로 땅고르기가 되어 있는 길이다. 길 위에 툭 튀어나온 배수구가 그 높이까지 콘크리트로 메워질 것이라는 표지를 대신하고 있었다. 큰 도로 공사를 하면서 계곡은 또 모습이 변해가고 있는 듯했다.

처음 갈림길에서 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솔밭밑집'이 나온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솔밭밑집으로 가는 길은 사람이 최근에 다녀가지 않았는지 길섶으로 풀과 나무가 무성했다. 이곳에서 포장도로가 끝나는 오른쪽 길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정선애인 게스트하우스'와 북동리로 갈 수 있다. 길게 이어져 있는 자갈길을 보고 이제야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자갈길 위로 차가 다닌 흔적이 보였다. 취재진보다 먼저 간 자동차가 되돌아 나오지 않은 걸로 보아 그 일행들도 이 길을 지나간 듯 했다. 비포장 길이기는 하지만 차가 다닐 수 있게 땅고르기가 돼 있었다. 차가 다닐 정도로 평평한 자갈길과 어느 한 곳이 움푹 파인 계곡 바닥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이 자갈길로 30분 정도 계곡을 오르면 왼편으로 또 다른 계곡과 만난다. 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계곡이 꽤 깊은지 그곳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거기에서 약 20m 정도 더 가면 무너진 도로가 보인다. 도로 양옆으로는 약 10m 정도의 절벽이 서 있으며, 도로 위로는 물이 차 있었다. 취재진은 그곳이 어떤 길인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어서 우측으로 난 비탈길로 돌아갔다. 돌아와서야 알았는데, 그 길은 협곡에 콘크리트 도로를 낸 것이었다. 물이 흘러가는 것은 아예 무시하듯 계곡 바로 위로 콘크리트를 발라버린 것이다. 도로의 일부는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있다. 콘크리트로 계곡이 막히면서 없던 소(沼)가 생기기도 했지만 계곡은 도로 위로 꾸준히 흘러가야할 곳으로 흐르고 있다.


 


덕산기 계곡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다


협곡이 있는 곳에서 5분 정도만 더 가면 바로 정선애인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취재진이 정선애인 앞을 지날 때에는 마침 차를 타고 온 손님들과 함께 정선애인의 주인 서선화씨가 마당에 나와 있었다. 서선화씨는 서울산악조난구조대원과 한국여성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결혼 후 이곳에 터를 잡고 낙향해 살고 있다. 여기가 마지막 집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서선화씨는 웃으며 "위로 올라가면 두 집이 더 있어요. 가보면 터도 넓고 물도 더 많은 곳이 나와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계곡이 깊어 해가 일찍 질 줄 알았는데 계곡이 서쪽으로 트여 있어서 해가 생각보다는 길었다. 정선애인에서 트레킹을 끝내는 것이 아쉬워 좀 더 올라가보기로 하였다.


 

정선애인의 텃밭을 빠져나오자마자 집 하나가 보였다. 그 집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가보니 막다른 길이었다. 집이 있다는 것에만 주목한 나머지 계곡으로 난 길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계곡으로 내려와서 서선화씨가 말한 두 집을 지나쳐서 15분 정도 더 올라오니 넓은 자갈밭과 함께 물이 비교적 깊고 넓은 곳이 나왔다. 왼편으로는 차 하나가 다닐 정도의 산길이 있다. 계곡의 상류는 자갈이 아닌 하나의 큰 마당바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살에 깎인 바위는 계곡의 화석처럼 보였다. 이곳을 지나서 계곡을 더 올라가면 너덜겅지대가 나온다. 하류보다는 자갈의 크기가 더 큼직하고, 물은 그 위로 드러나지 않고 속으로 흐르는지 물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더 올라가면 이만한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넓은 자갈밭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덕산기 계곡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서일까 계곡을 따라 올라오면서 올챙이와 개구리를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다. 한 가지 종만 너무 많은 것도 생태계의 파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다. 물이 얕고 잔잔한 곳에는 어김없이 올챙이가 있다. 가까이 가면 올챙이들이 꿈틀거리느라 물이 튀길 정도다. 하류에는 주로 올챙이가 더 많고, 상류로 올라갈수록 개구리가 더 많이 보인다. 개구리의 등은 우툴두툴하고 검은 얼룩무늬가 있다. 무슨 개구리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니 갑자기 몸을 뒤집어서 붉은 배를 보였다. 징그러울 정도 화려한 색이었다. 개구리의 배를 보고 독이 있을지도 몰라 개구리를 피해 다녔다. 물에 들어가서 미역을 감고도 싶었지만 개구리가 있어서 결국 물에 들어가지는 못 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개구리는 무당개구리였다. 천적이 나타나면 독이 있음을 알리는 경고의 뜻으로 배를 보이는 습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무당개구리의 독은 사람에게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피부에 닿으면 가렵다고 한다. 이 무당개구리는 울음소리도 독특하다. 밤새 부엉이 울음소리 같은 독특한 소리를 들으며 잤는데 무당개구리의 울음소리였던 것이다. 덕산기 계곡의 주인은 이 무당개구리들인 듯하다.

덕산기 계곡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날이 밝는 대로 머문 자리를 치우고 계곡을 따라 도로 내려갔다. 정선애인에 닿기 전에 아침 산책을 나온 홍성국, 서선화씨 부부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왔던 대로 가면 되냐는 취재진의 이어진 질문에 서선화씨는 어떤 길로 올라왔냐고 되물었다. '길 없슴' 표지판을 보고 새로난 길로 돌아왔다는 취재진의 대답에, "그건 찻길이 없다는 거지, 사람은 다닐 수 있어요"라고 서선화씨가 말했다. "그 길이 정말 예뻐요. 내려가실 때에는 꼭 그쪽으로 가보세요"라고 덧붙였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우리는 어제와는 다른 길로 걸었다. 협곡을 콘크리트로 메운 길은 어제와 달라져 있었다. 어제의 길은 물에 잠겨 있었는데 오늘의 길은 물에 젖은 흔적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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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기 계곡 길잡이

덕산기 계곡은 행정구역상 정선읍에 들어간다. 정선읍 내에 있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간 오지이다. 56번 국도에서 약간 벗어나 좁을 찻길을 따라 들어가야 그 모습을 보이는 덕산기 계곡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 힘든 곳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지만 길은 오르막이 아니라 평지이다. 계곡 양옆으로는 '뼝대'라고 하는 층암절벽이 서 있다. 마치 물길이 산을 뚫고 지나가는 듯하다.

여름철에는 샌들을 신고 트레킹하는 것이 좋다. 한편, 덕산기 계곡에는 무당개구리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고, 물뱀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산길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는 때에 따라서 도로를 봉쇄할 정도로 덕산기계곡은 물의 양에 따라서 길이 달라지는 곳이다. 수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시멘트 포장도로 위로 계곡 물이 흐르기도 한다. 발목 정도 깊이로 잠기는 길은 차가 다니기에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계곡의 모든 구간에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갈길을 지나야만 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오프로드용 차량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설사 오프로드용 차량이더라도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계곡 트레킹을 원하는 사람은 계곡물에 발을 적시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계곡 바닥이 움푹 파인 곳이 많으므로 물길로 다닐 때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계곡의 폭은 포장도로가 날 정도로 넓은 편이어서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길을 걸어야 하지만, 중간 중간 발을 적시며 갈 수도 있으며, 더위를 느낀다면 바로 계곡물에 세수를 할 수도 있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영동나들목에서 진출하여 59번국도를 타고 고한, 사북 방향으로 이동한다. 월통삼거리에서 좌회전한 뒤 월통교를 지나서 우회전한다. 이후 여탄 본마을에서 덕산기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약1km 정도 가면 덕산기계곡의 시작점인 덕산1교가 나온다. 덕산3교까지는 차로 이동하는 데 무리가 없다. 그 이후로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지만 들어갈수록 비포장이 심하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는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덕산기길 110'을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을 이용해서 정선을 찾아갈 경우에는 버스를 이용한다. 서울에서 직통으로 정선까지 가는 철도 편이 없기 때문이다. 시외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시외버스터미널까지 오전 7시 1분부터 오후 6시 46분까지 70~14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약3시간 20분이며, 요금은 19,300원(어른 요금)이다. 정선터미널에서 월통휴게소로 가는 버스는 세 개 노선이 있다. '정선', '풍촌', '백전' 중에서 '정선'이 가장 빠르다. 월통휴게소에서 내려 찻길을 따라 덕산기 계곡을 찾아가야한다. 월통교에서 덕산1교까지는 약 3km 거리이며, 햇볕을 피할 그늘이 없다.

정선애인 게스트하우스

텐트가 없어도 덕산기 계곡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가 있다. 홍성국, 서선화씨가 운영하는 정선애인에서는 덕산기 계곡을 찾는 손님들이 편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1박 2식으로 3만원을 받고 있다. 주전부리나 기호식품은 본인이 직접 챙겨 와야 한다. 정선애인은 보통 민박과는 다르게 가족이라도 남녀가 따로 자야하고,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또, 정선애인을 찾는 이라면 누구나 '몸빼 바지'를 입어야 한다. 이는 편하게 지내라는 주인장의 뜻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예약할 수 있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