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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행복생활/건강한 음식

종합병동이던 조선 경종 죽음 이르게 한 게장과 감

지송나무 2018. 5. 16. 14:05

종합병동이던 조선 경종 죽음 이르게 한 게장과 감

심평원 입력 2018.05.16. 07:00
[더,오래] 심평원의 오늘도 건강하신가요(3)
누구나 건강한 삶을 꿈꾼다. 높은 업적과 명망을 쌓은 유명인이라 하더라도 질병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인생 100세 시대,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living longer)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living better)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병 정보와 건강하게 잘 사는 법을 공유한다. <편집자>
지난 1편에서 숙종의 화병 이야기를 했었지요. 이번에는 그와 장희빈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경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장희빈은 실록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던 여성으로 전해집니다.

장희빈(희빈 장씨)은 조선의 19대 왕 숙종의 빈으로, 20대 왕 경종의 어머니이다. 실록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움 외모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사진은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희빈 역을 맡은 배우 김태희. [중앙포토]

숙종의 마음을 빼앗은 그녀는 중전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결국 숙종에 의해 생을 마감합니다. 장희빈이 세자(훗날 경종)의 건강을 위해 지었다는 사당에서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죄 때문이었습니다. 궁인과 무녀의 자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장희빈에게 사약이 내려지게 됩니다.

장희빈의 인생도 슬프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생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경종입니다. 야사에 의하면 장희빈은 사약을 받기 전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처음엔 허락하지 않았던 숙종도 결국 허락해 주었죠. 하지만 아들을 만난 장희빈은 경종의 하초(간·신장·대장이 있는 배꼽 아랫부분을 말합니다)를 잡아당겨 그를 기절시킵니다.

이 사건 때문인지 경종은 어려서부터 쇠약했고, 각종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12세 때 천연두를 앓고 22세 때 학질로 고생합니다. 또 노론과 소론의 정쟁 속에서 세자의 지위를 빼앗길까 불안한 마음에 심화(화병)가 생기는데요. 이 심화가 종기를 유발하고 담화(痰火, 담으로 생기는 열)로 이어져 경종은 자주 병석에 눕게 됩니다.


경종의 사인은 위장관 감염성 질환
 
연잉군(훗날 영조)이 보낸 게장과 생감을 먹고 복통과 심한 설사에 시달린 경종. [사진 심평원] 
연잉군(훗날 영조)이 보낸 게장과 생감을 먹고 복통과 심한 설사에 시달린 경종. [사진 심평원] 

경종은 1724년 음력 8월 25일 새벽 3시경 창경궁 환취정에서 숨을 거둡니다. 8월 20일 왕세제인 연잉군(훗날 영조)이 보낸 게장과 생감을 먹었는데, 이날 이후로 복통과 심한 설사 증상을 보인 것입니다. 왕의 병세가 악화되자 연잉군은 인삼차를 올리라 명하는데요. 어의들은 경종이 복용하던 부자(한약 재료)와 인삼이 상극이라며 반대했지만, 결국 경종은 인삼과 부자를 마셨고 얼마 뒤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일부 신하는 누군가가 게장과 감에 독을 타서 경종을 죽인 것이라는 의심을 품었고, 그 용의자로 영조를 지목합니다. 이 가설은 영조가 집권하던 170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연잉군이 이복형인 경종을 독살했는지는 오늘날까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종은 위장관 감염성 질환으로 급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위장염과 결장염’은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국민이 입원한 원인 질병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감염성 및 상세 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5년 444만6428명, 2016년 451만4218명, 2017년 455만921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 진료 인원. [그래픽 심평원] 
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 진료 인원. [그래픽 심평원]

■ 산출조건(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
상병코드: A09 / 심사년월: 2015–2017년 / 지급구분: 지급(심사결정분) / 산출일: 2018년 5월 11일

■ 제공: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 >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 상병은 요양기관에서 청구명세서상 기재해 온 진단명을 토대로 산출

경종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에는 ‘게장과 감이 상극’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음식 중에는 함께 먹으면 이로운 조합이 있고, 해로운 조합이 있다는 것입니다.

경종의 일화에 등장하는 감은 도토리묵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감과 도토리묵에는 변비를 일으키기 쉬운 타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체내의 철분 성분이 타닌과 결합하면 소화 흡수를 방해하죠. 따라서 이 두 음식을 함께 섭취하면 변비가 생기거나 빈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이와 무, 시금치와 두부는 음식 궁합 안 맞아
오이와 무 역시 좋은 궁합은 아닙니다. 오이와 무를 함께 먹으면 오이에서 아스코리비나아제라는 효소가 나와 비타민C를 파괴합니다. 단 식초와 함께 섭취하면 비타민C 파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시금치와 두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부의 칼슘 성분이 시금치의 옥살산 성분과 만나면 불용성 수산 칼슘을 생성하는데요. 이는 인체의 칼슘 섭취를 방해하고, 결석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새우젓에는 강력한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가 들어 있어 기름진 돼지고기의 소화를 도와준다. [사진 심평원] 
새우젓에는 강력한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가 들어 있어 기름진 돼지고기의 소화를 도와준다. [사진 심평원]

반면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새우젓에는 강력한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가 들어 있어 기름진 돼지고기의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잡곡밥으로 즐겨 먹는 차조와 쌀도 궁합이 좋습니다. 차조에는 티아민이 풍부한데 티아민이 부족한 쌀과 먹으면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밀로펙틴이라는 성분이 풍부해서 밥을 차지게 만드는 효과도 있답니다.

이처럼 음식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되고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바로 건강한 식습관이란 것을 잊지 마시고, 몸에 좋은 음식들을 잘 챙겨 드시길 바랍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yeshira@hir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