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서 자전거-행인 충돌 책임은..
"도로교통법상 인도의 연장"경찰, 운전자 불구속 입건.. 민사소송은 과실비율 따져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 도로를 걷던 행인을 들이받는다면? 자전거가 다니도록 만든 도로를 걸어간 행인과 그 사람을 피하지 못한 자전거 운전자 중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까.
지난 1일 오후 8시30분쯤 회사원 배모(23)씨는 서울 방화동 한강공원 자전거도로를 따라 친구 2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배씨 앞을 달리던 친구가 자전거도로를 앞서 걸으며 산책하던 오모(59)씨를 지나쳐 갔고 친구 자전거에 가려 오씨를 보지 못한 배씨가 오른쪽 핸들로 오씨의 왼쪽 팔꿈치를 치고 말았다. 오씨가 배씨에게 항의를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자 경찰이 출동했다. 배씨는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는 데도 자전거도로로 걸어간 오씨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판단은 달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불이행 혐의로 배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도로교통법에 자전거도로는 차도와 분리됐을 뿐 인도를 겸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은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를 걷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런 경우 자전거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다만 민사소송에서 과실비율을 따질 때는 보행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한강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분리대·연석 등이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에 해당한다. 이렇게 도로교통법과 자전거이용활성화법의 규정이 달라 경찰은 사건마다 상황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이 자전거를 ‘차’로 분류하기 때문에 자전거는 횡단보도와 인도에서 주행할 수 없다. 때문에 많은 자전거 동호인이 자전거도로를 ‘차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로변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게 맞다. 자전거이용활성화법이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인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의 경우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므로 상황이 애매해진다. 경찰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하다 보니 혼선이 생기곤 한다.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민 고승혁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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