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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여행정보/수도권지역

줄 타는 광대 부부의 슬픈 전설 재인폭포

지송나무 2019. 9. 18. 22:57

 

 

줄 타는 광대 부부의 슬픈 전설 재인폭포

 


 

 

재인폭포는 연천이 품은 보석이다. 다이아몬드처럼 부서지는 하얀 물살과 그 아래 에메랄드빛으로 펼쳐진 소(沼)는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아 쉽게 잊히지 않는다. 폭포 주변 바위에 앉아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일상의 잡념까지 깨끗이 씻겨 내리는 듯하다. 연천7경 중 으뜸가는 경관으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폭포에는 줄 타는 광대 부부의 슬픈 이야기도 전해온다.

 


 

 

 

재인폭포 전경

 


 

 

한탄강 지형이 빚은 걸작, 재인폭포

 

오른쪽으로는 한탄강, 왼쪽으로는 임진강이 흐르는 연천은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자연과 역사 유적이요, 눈길 닿는 곳 어디나 절경을 뽐낸다. 약 27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한탄강과 임진강으로 흘러넘쳐 물길은 곧 용암길이 되었고, 그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지형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중 재인폭포는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제주도 천지연폭포와 비견되곤 한다.

 


 

재인폭포 앞의 한가로운 여행자들재인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왼쪽/오른쪽]재인폭포 앞의 한가로운 여행자들/재인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재인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에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는 것은 새로 만든 전망대다. 일명 스카이워크(sky-walk) 형태로, 투명한 유리바닥 위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원래 아래쪽에 있던 폭포 진입로를 위쪽으로 옮기면서 전망대까지 설치한 것이다. 인공 구조물이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장마 때 물이 불어 폭포 진입이 통제되던 때를 생각하면 노약자들도 멀리서나마 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신비로우면서도 아찔하게 느껴지는 협곡을 조망하기에도 그만이다. 전망대에서 폭포를 내려다보니 그 절경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27m 높이의 전망대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 Y자 형태의 협곡이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서면서부터 폭포가 가까이 보이기 때문에 그 장관에 시선을 빼앗겨 발을 헛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평지가 움푹 꺼져 생긴 재인폭포폭포 위쪽의 모습

[왼쪽/오른쪽]평지가 움푹 꺼져 생긴 재인폭포/폭포 위쪽의 모습

 


 

 

현무암을 뚫고 자라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협곡 끝에 신비로운 자태의 재인폭포가 자리했다. 높이 약 18m의 폭포수가 너비 30m, 길이 100m의 소 위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하는데, 소의 깊이가 무려 20m에 이른다. 다이아몬드 기둥처럼 떨어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와 에메랄드빛 소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가 거대한 동굴처럼 파인 현무암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 곧은 기둥이 되어 쏟아지는 물소리가 그 모습만큼이나 경쾌하면서도 시원스럽다.
재인폭포는 원래 평지였던 곳이 갑자기 움푹 내려앉으며 지장봉에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폭포를 이루게 되었다. 폭포는 지금도 보이지 않게 변화하는 중이다. 폭포의 물살이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주상절리를 조금씩 침식시켜 나갔고, 폭포도 조금씩 뒤로 물러앉게 되었다. 현재의 위치는 강변에서 350m 정도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변화는 자연의 순리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저 폭포는 얼마나 더 뒤로 멀어질까?

 


 

높이 18m가 넘는 재인폭포

 

 

높이 18m가 넘는 재인폭포

폭포의 물살을 받아 반짝이는 현무암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살에 지금도 침식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왼쪽/오른쪽]폭포의 물살을 받아 반짝이는 현무암/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살에 지금도 침식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재인폭포에 깃든 두 가지 전설을 만나다

 

재인폭포에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인근 마을에 금실 좋기로 소문난 광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줄을 타는 재인이었던 남편과 아름다운 아내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마을 원님이 재인폭포에서 줄을 타라는 명을 내린 것이다. 광대의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원님의 계략이었다. 줄을 타던 남편은 원님이 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폭포 아래로 떨어져 숨을 거두었다. 원님의 수청을 들게 된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물어버리고 자결한다. 그후로 사람들은 이 마을을 ‘코문리’라 부르게 되었고, 현재의 고문리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광대가 줄을 타고도 남았을 폭포 양안의 절벽

 

 

광대가 줄을 타고도 남았을 폭포 양안의 절벽

 


 

 

문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전설과는 또 다르다. 폭포 아래에서 놀며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던 재인이 사람들과 내기를 했다. “양쪽 절벽에 외줄을 묶어 내가 능히 지나갈 수 있소.” 사람들이 믿지 못하겠다며 자신의 아내를 내기에 걸었다. 재인이 쾌재를 부르며 호기롭게 줄을 타자 아내를 빼앗기게 된 사람들이 줄을 끊어버렸다. 흑심을 품었던 재인은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후로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전망대로 오르며 다시 바라본 재인폭포

 

 

전망대로 오르며 다시 바라본 재인폭포

 


 

 

다시 전망대로 걸음을 옮겨 재인폭포를 내려다보니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는 재인의 모습이 언뜻 스쳐간다.

 



 

 

여행정보

재인폭포
주소 :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21
문의 : 연천군청 문화관광과 031-839-2061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전곡읍에서 3번 국도를 따라 통현리 방면으로 이동. 통현삼거리에서 재인폭포,신답리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현문로를 따라
약 6.5km 이동. 재인폭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한 뒤 900m쯤 가면 재인폭포에 닿는다.


* 대중교통

전곡역 앞에서 56-4번 버스를 타고 고문1리 정류장에서 하차.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