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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전라도지역

수천만 송이 장미축제로!

지송나무 2024. 5. 10. 18:19

수천만 송이 장미축제로!

2024. 5. 10. 17:06 수정
 

전남 구례에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명상할 수 있는 천은사의 '상생의 길'과 '소나무숲 길'이 있습니다. 길을 천천히 걸으며 휴식을 취하고 천은사를 비롯한 문화재를 탐방해도 두세 시간이면 충분한 곳입니다. 차로 40분 거리의 전남 곡성군에서는 5월 26일까지 ‘제 14회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데요. 쉼과 화려한 즐거움이 공존하는 전남 구례와 곡성 여행! 정책주간지 'K-공감’과 함께 떠나볼까요?

상생의 길에서 마음을 채우고
섬진강기차마을에서 추억을 채우고
 
상생의 길 누림길 전망 지점에 서면 푸르게 물든 천은저수지의 풍경이 한 눈에 담긴다. 사진 C영상미디어

비오는 날의 여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전남 구례군에 가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천은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천은사 입구에 서면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더 없이 운치 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천은저수지를 끼고 한 바퀴 돌아 천은사 소나무숲까지 걷는 3.3㎞의 길 이름은 ‘상생의 길’입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관광명소입니다.

상생의 길이라는 이름은 고즈넉하게 푸른 지리산 자락과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 구간의 상생의 길 중 ‘누림길’ 입구에 있는 알림판을 읽어보니 명명에 납득이 갑니다. 예전에는 천은사 매표소가 지리산 자락의 성삼재로 가는 길에 있어 탐방객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합니다. 2019년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천은사 등 8개 관계기관이 협력해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20년 조성한 길이 천은사 주변의 상생의 길입니다.

천은사를 둘러 도는 소나무숲길의 이름은 ‘나눔길’입니다. 1㎞ 남짓 숲이 우거진 길은 싱그러운 기운을 나눠줍니다. 천은사에 진입하는 수홍루에서 제방을 따라 천은사 산문까지 걷는 ‘보듬길’은 1.6㎞ 길이로 수변길입니다. 천은사 산문 앞에서 수홍루까지 걷는 0.7㎞의 길은 누림길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입니다.

 
소나무 숲으로 향하는 상생의 길을 걷다 보면 비오는 날의 여행도 기꺼워진다.
푸른 소나무숲에서 즐기는 명상

비오는 4월 마지막 주말, 상생의 길을 걷기 전에 챙겨 간 우비를 입었습니다. 평소에 우비 입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두 손이 훨씬 자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주머니에 스마트폰 하나만 넣고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누림길에서 시계 방향으로 보듬길을 향해 걷다 보면 천은저수지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지점이 나타납니다. 흐린 하늘이 뿌옇게 내려앉은 수면에 건너편 숲이 비쳐 초록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곳곳에 놓인 벤치가 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혼자 걸으며 호젓함을 즐기면 풍경이 마음에까지 들어옵니다. 귀에 꽂은 이어폰도 잠시 넣어두세요. 세상의 음이 소거된 곳, 마음의 소리를 따라 명상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누림길에서 보듬길까지 이어지는 길 위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눈길 한 번 옮기고 감탄 한 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수면을 바라보다 다시 걷기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천은사 수홍루에까지 다다르면 잠시 숨 돌릴 겨를이 생깁니다.

천은사에서는 2024년 말까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소 시끄럽게 느껴지는 공사 소리는 천은사 내부에 들어가면 작아집니다. 지리산 3대 사찰이라고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천은사는 통일신라 중기인 828년에 창건됐다고 알려집니다. 지리산 중턱에 있다보니 접근이 쉽지 않아 조선 전기에는 소실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법당인 보물 극락보전도 1774년에 중수하며 세워졌습니다. 웅장하지 않지만 소박한 위엄이 있어 저절로 발소리를 줄이게 됩니다.

보물로 지정된 천은사 극락보전 아미타후불탱화도 놓치지 마세요. 극락보전의 중심에 있는 아미타불 뒤쪽에 있는데 아랫부분이 가려져 있어 전체 모습을 확인하려면 안내판을 봐야 합니다. 1776년(영조 52년)에 제작된 이 그림은 신암 스님을 비롯해 14명의 스님이 함께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탱화를 제작하며 기록하는 글 마지막 부분에 ‘공덕이 누구에게나 두루 미쳐 모든 중생이 다 함께 불도를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림 곳곳에 적힌 글귀도 ‘다 함께’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천은사를 둘러싼 상생의 길이 천은사를 짓고 보존해온 의지와 합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생의 길이 나이, 성별, 종교,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들어놓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일주문에서 시작하는 나눔길을 걷다보면 울창한 소나무숲 속에 명상쉼터가 나옵니다. 평소 명상을 해본 적 없지만 앉아서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계곡 물소리가 숲 밖에서 가지고 온 번뇌를 시원하게 씻어 내립니다.

숲을 지나 평탄한 포장길을 따라 걷다보면 수령 300년이 됐다는 소나무가 보입니다. 1950년대 말까지는 천은사 주변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나무가 우거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대부분 벌채됐고 지금 소나무숲길을 이루는 나무들은 대부분 그 이후에 심어진 것입니다.

길 맞은편에는 야생차밭이 있습니다. 천은사뿐 아니라 지리산 자락에 있는 화엄사 등에는 차 밭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의 차가 시작한 지역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삼국사기’에 828년 대렴이 당나라에서 차 씨앗을 가져와 구례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지리산 아래 하동 녹차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배경입니다.

상생의 길을 천천히 걸으며 휴식을 취하고 문화재를 탐방해도 두세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점심 무렵 도착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천은사 방장선원의 한 방사 앞에 앉으면 느긋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수천만 송이의 장미가 피어나는 곡성세계장미축제는 5월 17일부터 10일 간 열린다. 사진 곡성군청
 
(왼쪽) 섬진강기차마을의 드림랜드 구역은 아이들이 즐길 만한 놀이기구로 가득 차 있다. (오른쪽) 섬진강기차마을 입구의 ‘저잣거리’는 옛 골목의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수천만 송이 장미 피어나는 곡성세계장미축제

상생의 길이 쉼을 준다면 차로 40분 거리의 전남 곡성군에서는 화려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14회 곡성세계장미축제’가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열리기 때문입니다. 1000여 종이 넘는 수천만 송이 장미가 활짝 피어나는 섬진강기차마을의 장미축제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축제입니다.

섬진강기차마을은 1933년 건립돼 사용되던 옛 곡성역과 1998년 폐선된 전라선을 활용해 만들어진 관광명소입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데 축제기간 동안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드나들 수 있다고 합니다.

섬진강기차마을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뉩니다. 장미공원, 옛 곡성역사를 중심으로 한 증기기관차·레일바이크 등 탈것 승강장, 놀이기구가 모인 드림랜드 등입니다. 대개는 곡성역사에서 일정을 시작합니다.

곡성역사 주변으로는 추억에 젖을 만한 콘텐츠가 많습니다. 정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펼쳐진 저잣거리에는 만화방이며 무인매점이 있습니다. 앞쪽으로 펼쳐진 철길은 실제로 증기기관차가 다니는 길입니다. 하루에 다섯 번 가정역과 기차마을 사이를 왕복하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 줄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대개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30분, 가정역에서 휴식시간 15분, 가정역에서 기차마을까지 다시 30분, 총 1시간 15분이 소요되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사계절 모두 다른 섬진강변 풍경을 즐기면서 추억의 간식 카트를 기다리다 보면 1시간 걸리는 왕복 길도 짧게 느껴집니다.

증기기관차가 승강장에 들어설 때는 “뿌우” 하는 기적소리가 울립니다. “칙칙폭폭” 엔진소리도 옛 기억 그대로입니다. 기차 기적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 아이들은 왜 기차소리를 ‘뿌우’, ‘칙칙폭폭’이라고 하는지 깨닫고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고속열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낭만이 있습니다.

증기기관차 승강장을 중심으로 한쪽은 드림랜드, 한쪽은 장미공원으로 나뉩니다. 드림랜드 근처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칩니다. 드림랜드와 인근에 있는 모형열차 안 치치뿌뿌놀이터는 유료로 운영됩니다. 아이와 함께 이곳에 가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갈 각오를 해야 합니다.

드림랜드 반대편에 있는 장미테마정원은 중국,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등 일곱 주제의 장미원으로 조성돼 있습니다. 중국 장미원은 중국 쑤저우의 유명한 정원 졸정원의 축소판 같습니다. 그리스 장미원에는 그리스 신전에서나 볼 수 있는 도리아식 기둥이 우뚝 서 있습니다.

5월 장미축제가 시작되기도 전 이곳은 장미향기로 넘칩니다. 향기를 담지는 못하지만 장미 여인이라고 불리는 조각상, 장미넝쿨로 장식된 터널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호젓하고 푸른 구례, 색색이 화려한 곡성, 어느 쪽을 선택하든 5월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장소 정보]

1. 지리산 천은사(상생의 길·소나무숲길)

● 주소 전남 구례군 노고단로 209
● 문의 061-781-4800(천은사 종무소)
● 이용시간 제한 없음
● 이용요금 무료
 
사진 C영상미디어

2. 섬진강기차마을

● 주소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 문의 061-363-9900(증기기관차 및 레일바이크 문의), 061-363-8379/061-360-8419(관광안내 문의)
● 이용시간 평시 오전 9시~오후 6시
● 이용요금 개인 대인 5000원, 소인 및 경로 우대자 4500원, 곡성군민·국가유공자·장애인 무료
 
사진 곡성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