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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행복생활/건강

때이른 봄바람 타고, 꽃가루 알레르기도 빨리 덮쳤다

지송나무 2025. 4. 11. 04:26

때이른 봄바람 타고, 꽃가루 알레르기도 빨리 덮쳤다

봄철 알레르기 질환 기승

입력 2025.04.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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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달 초부터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 비염 증상이 나타나 동네 의원을 다니고 있다. 이씨는 “일할 때 집중도 잘 안 되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보통 3월 말이나 4월 초쯤 비염 증상이 생기는데 올해는 더 일찍 나타나 고생”이라고 했다.

온난화로 봄 시작이 앞당겨지면서, 봄철 불청객인 꽃가루 알레르기가 찾아오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10일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이달 1~10일 경기 한양대구리병원 인근에서 채집한 꽃가루는 총 152개로 작년 같은 기간(141개)보다 7.8% 증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봄이 갈수록 앞당겨지면서 꽃가루 날림 현상도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올 3월 평균 기온은 영상 7.6도로 작년 3월(6.9도)보다 따뜻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12명이 근무하는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의 이상덕 원장은 “올해는 3월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2021년 491만1876명에서 2023년 743만373명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는 9% 증가해 200만명에 육박했고, 천식 환자도 52.6% 늘어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두희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등의 증가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낮아졌던 병원 접근성이 회복된 영향으로 추정된다”면서 “코로나를 거치며 호흡기 증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나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면 병원을 가는 경우가 증가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꽃보다 나무다. 참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삼나무처럼 번식을 위해 봄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풍매화(風媒花)’가 알레르기를 주로 일으킨다. 통상 4월 초순부터 5월 하순까지 꽃가루를 날리는 참나무는 산속에서 자라지만, 최근 점점 도심에도 심고 있다. 물가 등에 주로 자라는 오리나무의 꽃가루도 바람에 실려 도심까지 날아올 수 있다. 한대식물인 자작나무는 남한에 자생하지 않지만 전국 골프장, 휴양 시설, 신규 아파트 단지에 조경 목적으로 심는 추세다. 삼나무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여와 제주도와 남해안에 심었고, 삼나무 때문에 봄에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양진경

꽃가루 지수는 ‘낮음’~‘매우 높음’의 4단계로 나누는데, 10일 전남 광양에서는 꽃가루(참나무) 위험 지수가 ‘높음’을 보였다. 대부분의 알레르기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야외 활동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이다. 부산, 울산, 경남 창원·김해·양산은 ‘보통’으로, 알레르기 환자에게 야외 활동 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11일에는 경북 포항, 대구 일부와 경산 등지로 ‘보통’ 예보가 확대되고, 12일에는 경남·전남 남해안 일부 지역이 ‘높음’을 보일 전망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집먼지진드기나 찬 기온, 황사·미세 먼지에 의해서도 심해진다. 봄철에는 겨우내 옷장에 보관 중이던 봄옷을 꺼내 입는 과정에서 알레르기가 심해질 수 있다. 따뜻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집먼지진드기는 주로 옷이나 침구류, 카펫 등에 살고, 곰팡이도 습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봄철을 맞아 새벽이나 밤에 운동을 하거나, 큰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려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덕 원장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알레르기를 낮추는 약물을 복용하면 증상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이 꽃가루 시즌을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방치하면 수면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제(스프레이) 등으로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코를 세척하고 점안액을 넣으면 자극을 줄일 수 있다.

일상에선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내에서 창문을 닫고, 외출할 때 마스크나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좋다. 꽃가루가 잘 달라붙는 니트나 털옷은 피해야 하고, 꽃가루가 많은 날 낮에 빨래를 밖에 널어 말리지 않아야 한다. 외출 후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