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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세계로 미래로/한국의 인물

김삿갓 (김병연 金炳淵, 金笠 ; 1807~1863) 방랑시인, 풍자시인

지송나무 2015. 6. 13. 09:19

 

 김삿갓 (김병연 金炳淵, 金笠 ; 1807~1863) 방랑시인, 풍자시인 

 

때로는 흐뭇한 마음이 들게 하고 때로는 서글픈 인생살이의 비애를 맛보게 하며 곳곳에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가 하면, 기막힌 발상은 무릎을 치게 한다.

 

 

 

 출생과 생애

 

조선후기 시인으로 자는 난고, 별호는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 본관은 안동.

경기도 양주출생으로 선천부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집안이 멸족을 당하였으나, 형 병하와 함께 노복 김성수의 도움으로 황해도 곡산으로 도망가 살았다. 후일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되어 강원도 영월로 옮겨 살다가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으나, 자신의 집안 내력을 모르고 할아버지 익순을 조롱하는 시제를 택한 자책과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으로 방랑길에 올랐다. 57세때부터 전라남도 동북에서 객사하기까지 삿갓을 쓰고 전국각지를 유랑하였으며, 발걸음이 미치는 곳마다  많은 시를 남겼다. 후에 둘째 아들 익균이 유해를 영월의 태백산 기슭에 묻었다. 그의 한시는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고 회화적으로 파격적 요인이 되었다. 아직도 수많은 한시가 구전되고 있다.

 

 재미있는 일화


그가 개성에 갔을 때에 어느 집 문앞에서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하자, 그 집주인은 문을 닫아걸고 땔감이 없어 못 재워준다고 했다. 이 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시가 이러했다.


고을이름은 개성인데 어찌 문을 닫아걸며

산이름은 송악인데 어찌 땔감이 없다 하느냐

(읍명개성하폐성/산명송악기무신)

 

해석:

이 시는 해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문 또는 한시를 대중화한 것이다. 이런 것은 언문을 섞어 짓는 그의 모습에서 또 달리 나타난다. 김삿갓은 삐뚤어진 세상을 농락하고 기성 권위에도 도전하고 민중과 함께 숨쉬며 탈속한 ‘참여시인’이었고 ‘민중시인’이었다고 할수있다.


 교훈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신분 사회에 대한 개인적인 반항을 극복하고 신분 제도와 빈부의 격차 등으로 고통 받는 백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게 됨. 금강산 유랑을 시작으로 해서 각 지역의 서원을 주로 돌아다니면서 풍자와 해학이 담긴 뛰어난 시를  많이 지음

 

 

 김삿갓 시의 특징 : 사회 모순에 대한 저항 정신과 인도주의를 풍자와 해학의 시 문학으로 승화


 

               대나무 시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竹詩 죽시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해설: 한자의 훈(訓)을 빌어 절묘한 표현을 하였다.
此 이 차, 竹 대나무 죽 : 이대로
彼 저 피, 竹 : 저대로
化 화할 화(되다), 去 갈 거, 竹 : 되어 가는 대로
風 바람 풍, 打 칠 타, 竹 : 바람치는 대로
浪 물결 랑, 打 竹 : 물결치는 대로

 

 

          죽 한 그릇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無題 무제
四脚松盤粥一器 天光雲影共排徊 사각송반죽일기 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 주인막도무안색 오애청산도수래

해설: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曲木爲椽첨着塵 其間如斗僅容身 곡목위연첨착진 기간여두근용신
平生不欲長腰屈 此夜難謀一脚伸 평생불욕장요굴 차야난모일각신
鼠穴煙通渾似漆 봉窓茅隔亦無晨 서혈연통혼사칠 봉창모격역무신
雖然免得衣冠濕 臨別慇懃謝主人 수연면득의관습 임별은근사주인

해설: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이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

 

         훈장을 훈계하다

 

두메산골 완고한 백성이 괴팍한 버릇 있어
문장대가들에게 온갖 불평을 떠벌리네.
종지 그릇으로 바닷물을 담으면 물이라 할 수 없으니
소 귀에 경 읽기인데 어찌 글을 깨달으랴.
너는 산골 쥐새끼라서 기장이나 먹지만
나는 날아 오르는 용이라서 붓끝으로 구름을 일으키네.
네 잘못이 매 맞아 죽을 죄이지만 잠시 용서하노니
다시는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 말장난 말라.

訓戒訓長 훈계훈장
化外頑氓怪習餘 文章大塊不平噓 화외완맹괴습여 문장대괴불평허
여盃測海難爲水 牛耳誦經豈悟書 여배측해난위수 우이송경기오서
含黍山間奸鼠爾 凌雲筆下躍龍余 함서산간간서이 능운필하약용여
罪當笞死姑舍己 敢向尊前語詰거 죄당태사고사기 감향존전어힐거

해설: 김삿갓이 강원도 어느 서당을 찾아가니 마침 훈장은 학동들에게 고대의 문장을 강의하고 있는데
주제넘게도 그 문장을 천시하는 말을 하고 김삿갓을 보자 멸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훈장의 허세를 꼬집는 시를 지었다.

 

 

          길가에서 처음 보고

 

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테니
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거요. -김삿갓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여인

街上初見 가상초견
芭經一帙誦分明 客駐程참忽有情 파경일질송분명 객주정참홀유정
虛閣夜深人不識 半輪殘月已三更 -金笠詩 허각야심인불식 반륜잔월이삼경 -김립시
難掩長程十目明 有情無語似無情 난엄장정십목명 유정무어사무정
踰墻穿壁非難事 曾與農夫誓不更 -女人詩 유장천벽비난사 증여농부서불경 -여인시

해설: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여인들이 논을 메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미인이 시경을 줄줄 외우고 있어서 김삿갓이 앞구절을 지어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뒷구절을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맹세를 저 버릴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요    강

 

네가 있어 깊은 밤에도 사립문 번거롭게 여닫지 않아
사람과 이웃하여 잠자리 벗이 되었구나.
술 취한 사내는 너를 가져다 무릎 꿇고
아름다운 여인네는 널 끼고 앉아 살며시 옷자락을 걷네.
단단한 그 모습은 구리산 형국이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폭포를 연상케 하네.
비바람 치는 새벽에 가장 공이 많으니
한가한 성품 기르며 사람을 살찌게 하네.

溺缸 요항
賴渠深夜不煩扉 令作團隣臥處圍 뢰거심야부번비 영작단린와처위
醉客持來端膽膝 態娥挾坐惜衣收 취객지래단담슬 태아협좌석의수
堅剛做體銅山局 灑落傳聲練瀑飛 견강주체동산국 쇄락전성연폭비
最是功多風雨曉 偸閑養性使人肥 최시공다풍우효 투한양성사인비

해설: 오줌이 거름이 되고 또 비바람 치는 새벽에도 문밖에 나가지 않고 편안히 일을 보게 하므로 사람을 살찌게 한다.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생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택하여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벼     룩

 

모습은 대추씨 같지만 용기가 뛰어나
이와는 친구 삼고 전갈과는 이웃일세.
아침에는 자리 틈에 몸을 숨겨 찾을 수 없고
저녁에는 이불 속에 다리 물려고 가까이 오네.
뾰족한 주둥이에 물릴 때마다 찾아볼 마음이 생기고
알몸으로 튈 때마다 단꿈이 자주 깨네.
밝은 아침에 일어나 살갗을 살펴보면
복사꽃 만발한 봄날 경치를 보는 것 같네.

蚤 조
貌似棗仁勇絶倫 半風爲友蝎爲隣 모사조인용절륜 반풍위우갈위린
朝從席隙藏身密 暮向衾中犯脚親 조종석극장신밀 모향금중범각친
尖嘴嚼時心動索 赤身躍處夢驚頻 첨취작시심동색 적신약처몽경빈
平明點檢肌膚上 剩得桃花萬片春 평명점검기부상 잉득도화만편춘

해설: 벼룩의 모양과 습성을 묘사하고 벼룩에 물린 사람의 피부를 복숭아꽃이 만발한 봄 경치에 비유하였다.

 

       송아지 값 고소장

 

넉 냥 일곱 푼짜리 송아지를
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푸른 산 푸른 물로 길렀는데,
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어찌하면 좋으리까.

犢價訴題 독가소제
四兩七錢之犢을 放於靑山綠水하야 사양칠전지독을 방어청산녹수하야
養於靑山綠水러니 隣家飽太之牛가 양어청산녹수러니 인가포태지우가
用其角於此犢하니 如之何卽可乎리요. 용기각어차독하니 여지하즉가호리요.

해설: 가난한 과부네 송아지가 부잣집 황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은 김삿갓이 이 시를 써서 관가에 바쳐 송아지 값을 받아 주었다.

 

         

 

 

                          김삿갓 시인의 마지막글

 


 

      날짐승도 길짐승도 다 제 집이 있건만

      나는 한평생 홀로 상심(傷心)하며 살아왔노라.

       

       

      짚신에 대지팡이 끌고 천리길 떠돌며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었다.

       

       

      사람도 하늘도 원망할 일이 못되어

      해마다 해가 저물면 슬픈 회포만 가슴에 남았노라.

       

       

      어려서는 이른바 복(福)된 집에서 태어나

      한강 북녘 이름있는 고향에서 자라났노라

      .

       

      조상은 구슬 갓끈 늘인 부귀한 사람들이었고

      호화로운 가문은 장안에서도 명망이 높았다.

       

       

      이웃 사람들도 귀공자 태어났다 축하해 주며

      장차 이름을 떨치리라 기대했었다.

       

       

      어린 머리칼 차츰 자라면서 운명이 기박해져

      화를 입은 집안은 상전(桑田)이 벽해(碧海)로 변했다

      .

       

      의지할 친척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부모마저 돌아가셔 집안은 망했도다.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마음은 고향그리는 떠돌이 여호같고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남쪽 지방은 자고로 과객이 많은 곳

      부평초처럼 떠돌아 다니기 몇몇 해던고.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요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수록 아득하네.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풍월 읊은 행장(行裝)은 언제나 비었도다.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후하고 박한 가풍(家風) 모조리 맛보았노라.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기도 어려워

      얼마나 긴 세월 길가에서 헤매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