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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행복생활/건강한 음식

'달게, 더 달게' 高당도 과일 열풍… 성인病 환자들 어떡하지?

지송나무 2015. 7. 3. 16:10

'달게, 더 달게' 高당도 과일 열풍… 성인病 환자들 어떡하지?

  • 장일현 블로그
    주말뉴스부 차장
    E-mail : ihjang@chosun.com
    주말뉴스부 차장

    대형마트들, 품종 개량된 '고당도 과일' 경쟁적으로 쏟아내


    소비자, 단맛에 빠지다
    흑미수박·흑피수박 등 고당도 과일이 인기 끌자 바나나·방울토마토 등 합류


    건강엔 어떤지 알려진 게 없다
    과일이 당도가 높다고 해서 혈당지수 높지는 않지만… 상관관계 연구 걸음마 수준
    전문가 “당뇨·고혈압 환자에 요주의 식품 될 수도” 경고


    식사 직후 과일은 피해야
    췌장 등이 쉬어야 하는데 밥 먹고 고당도 섭취땐 혈당 올라가고 몸에 부담

    주요 과일의 혈당지수(GI)
    이마트 제공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롯데마트 과일 매장. 탐스러운 과일이 수북이 쌓여 있는 각 매대(賣臺)에선 손님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주력 상품을 배치하려는 직원들의 몸놀림이 부산했다. 여름철 최고 인기 과일인 수박 코너엔 이날 처음 선보인 고당도(高糖度) '셀레늄 수박'이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가격은 1만9000원. 비슷한 크기 일반 수박보다 4000원이 비싸다. 매장 직원은 "고당도 수박은 당도가 다른 수박보다 20% 정도 높다"며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은 이 상품을 다시 찾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고당도를 내세운 과일은 다른 진열대에서도 눈에 띄었다. 오렌지 코너엔 '고당도 오렌지'라는 표시판이 붙어 있었다. 보통 오렌지보다 개당 100원 정도 더 비싸다고 했다. 바나나 매대에선 일반 제품은 4500원, 당도가 높은 '스위티오' 바나나는 49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예전엔 달고 맛 좋은 과일을 만나는 게 순전히 재수였지만 요즘은 굳이 고를 것도 없이 손만 뻗으면 된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이 진열된 과일 중에서 '단 제품'을 잘 골라내야 했지만 이젠 과학적 방법으로 고당도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시대가 됐으니 소비자들이 고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송만준 이마트 과일팀장은 "요즘 과일 시장은 누가 더 당도 높은 상품을 내놓느냐를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덜 달다, 맛없다는 소문이 돌면 끝장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고당도 과일

    2008년 초 롯데마트 수박 상품기획자(MD)들은 전국 주요 산지(産地)를 돌아다니다 경남 함안에서 뜻밖의 횡재를 했다. 그 지역 농가에서 키우는 겉껍질이 까만 수박의 '단맛'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 삼성종묘라는 회사가 8년간 연구·개발한 신품종이었다. 그해 4월 이 수박은 '흑미수박'이란 이름으로 첫 판매를 시작했다. 이 수박은 재배 기간이 보통 수박(100일)보다 5~10일 정도 길어 당도가 높아지면서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떨어지는 단점도 없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통상 수박은 당도가 10브릭스(당도를 나타내는 단위) 안팎이고, 장마철이 지난 한여름에 나오는 것들은 9브릭스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흑미수박은 당도가 12브릭스 이상까지 나와 경이로웠다"고 말했다.

    브릭스(Brix)는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과일 100g에 포함된 당분의 양을 뜻한다. 브릭스가 10이라면 과일 100g에 당분 10g이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브릭스가 1 정도만 높아져도 단맛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초기 주도권을 빼앗긴 이마트는 2009년 네덜란드 종묘 회사인 누넴사에 의뢰, 한국 토양과 기후에 잘 맞으면서도 당도가 높은 수박 개발을 추진했다. 일반 수박보다 수분을 덜 흡수하는 특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 결과 브릭스가 12 이상인 '흑피수박'이 탄생했다. 재작년부터 본격 출시된 이 수박은 지난해 6~8월 수박 판매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홈플러스도 고당도 품종 수박이 매년 매출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고당도 과일을 둘러싼 전선(戰線)은 바나나와 딸기, 참외, 방울토마토, 자몽, 멜론 등으로 급격하게 넓어지고 있다.

    당도가 높아진 과일
    스위티오 바나나는 당도가 22~23브릭스에 달해 일반 바나나(18~20브릭스)보다 최대 30%가량 높다. 일반 바나나는 해발 200~300m 산지에서 재배되지만 스위티오 바나나는 해발 700m 정도의 고산지대에서 풍부한 햇볕을 받으며 자라기 때문이다.

    고당도 오렌지(13~14브릭스)는 일반 오렌지에 비해 브릭스가 2~3 정도 높고, 참외와 딸기 등은 기존보다 1~2브릭스 높은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방울토마토의 경우 일반적인 상품이 5~6브릭스인 데 비해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는 대추방울토마토는 평균 당도가 8~9브릭스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2009년 대추방울토마토는 전체 방울토마토 매출의 2%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엔 53.4%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과일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과일의 당도를 측정하고 보관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수박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상인과 손님이 수박을 통통 두드려 소리를 듣거나 겉껍질의 무늬와 꼭지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수박 일부를 세모 모양으로 잘라내 속을 보거나 맛을 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산지에선 '비파괴 당도 측정기'라는 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당도를 알아내고 있다. 대당 1억~1억5000만원 정도인 이 기계는 수박에 순간적으로 근적외선을 쏴 투과와 반사값을 산출, 브릭스 수치로 환산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체 수박 구매량의 80%(440만통)는 이 기계로 당도를 측정하고, 나머지 20%는 '맹동 수박' 등 생산지가 검증된 상품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어떡하라고

    고당도 과일들이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 과일들이 사람의 건강과 영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당도 과일이 당뇨나 비만, 고혈압, 지방간, 심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요주의' 식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용 HtoO 항노화의원 원장은 "성인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평소 각 과일의 혈당지수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당지수(GI)란 포도당 100g이 올리는 혈당치를 100으로 놓고 다른 식품 100g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수치로 계산해 놓은 것이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몸속의 혈당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흰 쌀밥은 혈당지수가 86 정도이고, 현미밥은 55이다. 과일의 경우 수박 72, 파인애플 59, 복숭아 56.5, 참외 51.2, 포도 46 등이다.

    과일이 당도가 높다고 해서 혈당지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아직까지 당도가 높은 과일이 혈당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우선, 혈당지수가 높은 과일은 예전에 먹는 것보다 적게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당도 수박의 경우 브릭스가 10에서 12 정도로 높아진 제품이라면 당도가 20% 정도 높아진 것이기 때문에 예전에 수박 2쪽을 먹던 사람은 1쪽 반 정도로 줄이는 게 좋다는 설명이었다.

    식사 직후에 과일을 먹는 것도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조언도 나왔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췌장 등 주요 장기가 쉬어야 하는데, 다시 당도가 높은 과일이 몸에 들어오게 되면 혈당 상승과 함께 장기가 추가로 작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돼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