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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건강·행복생활/노후관리

3년의 행복

지송나무 2019. 2. 22. 09:21

3년의 행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 집에서 휴식을 얻는 사람이다,

3년전 마누라가 세상을 떠난 뒤 나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함께 살자

아들의 청을 받아드렸다, 나는 아늑하고 편안한 아들네 집에서 학교 

손자들과, 직장에 나간 아들과 며느리가 돌아오는 저녁때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있어 집안 분위기가 활기찰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손자 녀석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늘 숙제하느라 바빴다. 하루에 한 번 저녁시간

에 온식구가 모였는데, 식사 분위기는 대체로 딱딱했다,

가끔 어린 손자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며 깔깔대면 제 어미가

"할아버지 앞에서 떠들면 못 써" 하고 야단을 쳤다, 사실 나는 녀석들이 

지껄이는 일이 즐거웠는데 말이다,

 

차를 마실 때라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아들은 신문더

에 머리를 파묻고 통 말이 없다, 그러다 신문을 다 읽은 아들이 "아버님,

이제 늦었습니다,

그만 주무시지요" 하고 말하면 나는 잠이 오지 않아도 내 방에 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 노인 몇 사람과 오랫만에 즐겁게 마작을 하다가 시간

이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저녁에 퇴근한 며느리에게 그 노인들 식사도

같이 부탁했는데, 며느리는 진수성찬을 차려 올렸다, 그런데 이틋날 아침,

아들이 미리 말도없이 손님을 청하면 어떡하냐며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자주 배가 고팠다. 금방 밥을 먹어도 또 배가 고팠는데.

냉장고에는 내가 먹을 만한 간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늙은 행상

한테서 만두를 세 상자씩 사먹었다.  그 뒤로는 뱃속이 편안했고, 하루 종

일 목소리를 쓰지않는 나로서는 만두장수와 얘기 나누는 것도 즐거웠다.

어느날, 만두 장수는 내게 줄 거스름돈이 모자라 나중에 며느리를 통해

서 돈을 건네 주었는데,며느리는 "아버님이 이렇게 직접 사다 드시면 사

람들이 우리가 아버님을 잘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할거예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갈증이나고 자주 오줌이 마려운 증세가 더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라고 했다. 아들은 "너무 많이 드셔서 그 병에

걸린겁니다" 라고 충고했다, 며칠 뒤, 내 몸은 회복됐지만 마음은 뒤숭숭

했다,

그러다 문득 마누라 장례식 때 보고 여태 만나지 못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때 친구는 장례식장에서 양로원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같은 연배 늙

은이들과 산책하고 요리도 하고 밤늦게까지 얘기도 나눈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들어갈 방도 있냐고 묻자 친구는"자네는 아들과 더불

어 만년을 편하게 즐기게"라고 말했다. 나느 그 친구의 말에 공감했지만

이미 3년을 편하게 보냈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꾸렸다. 옛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월간 좋은생각 < 오늘의 만남에서>

첨부이미지휘파람으로/ 스카브로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