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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주행 연습중 외제차와 '꽝'..어떡하지?

지송나무 2015. 6. 4. 10:05

도로주행 연습중 외제차와 '꽝'..어떡하지?

[주말에 뭐하지]운전면허시험 체험기

'주말엔 역시 집!'이 몸에 벤 주인공 캐릭터(집순이)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깨알같은 디테일을 살려 솔직하게 늘어놓는 후기입니다.

[[주말에 뭐하지]운전면허시험 체험기]

도로 주행 연습 중 사고가 났다. 더구나 상대차는 외제차인 벤츠. 노란색 연습용 학원차도 사이드미러가 박살이 났지만 벤츠 걱정이 앞섰다. 집순이는 '헉' 소리 이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4차선 도로 한 가운데 선 연습용 학원차 사이로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지나가, 공포감은 더해갔다.





/사진=김현정 디자이너

도로주행 연수 6시간을 채우고 추가로 2시간 더 교육을 받던 중이었다. 유턴 차로로 들어가기 위해 차선을 바꾸려고 30미터 훨씬 전부터 왼쪽 깜빡이를 켰다. 속도도 기껏해야 시속 40킬로미터정도. 차 두 대를 더 보내고 난 뒤 차선에 들어서려고 핸들을 돌렸다.

그런데 저 멀리 있던 검정색 차가 순식간에 나타나 사이드미러를 부수며 스쳐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집순이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핸들을 돌렸는지조차 기억이 없다. 옆에 있던 강사는 상대차를 보고 욕지거리를 했고 곧바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강사가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 때쯤, 집순이는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됐다. 다치지 않아 감사했지만 사고 후 수리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덜컥 걱정이 앞섰다. '학원차 사이드미러는 얼마 안 한다 치더라도, 벤츠는 어떡하지? 살짝 긁히기만 한 것 같은데…그래도 벤츠니까 몇백만원은 나오려나? 아니 이걸 내가 다 물어줘야 하나? 아…'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강사는 계속 보험회사와 전화하기 바빴다. 집순이는 누구라도 '네 잘못이 아니다, 비용 문제는 걱정마라'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10분쯤 지나자 보험회사 관계자가 도착했다. 강사와 벤츠 운전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공들여 여러번 사진을 찍었다. 연습용 학원차와 벤츠 사이를 한참 동안이나 왔다갔다 한 뒤 30분이 지나서야 보험 관계자는 집순이에게 말을 걸었다. "신분증 있어요? 없으면 여기에 이름 적어주시고요. (연습면허) 보험은 가입하셨으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아참, 다친 곳은 없으시죠?"

사고현장 조사를 마무리한 강사는 사이드미러가 박살 난 연습용 학원차를 그대로 끌고 학원으로 갔다. 집순이는 원래 그날 연수를 마치고 바로 이어서 시험을 보기로 예약을 해 뒀는데 도저히 시험을 볼 수가 없었다. 학원 관계자에게 시험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더니 추가 비용 없이 연기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곤 사고 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집순이씨 보험 가입하셨죠? 그럼 따로 비용을 내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학원 보험사하고 사고 상대차 보험사끼리 협상하면 됩니다."

'휴우' 집순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면 학원측이 불리한 입장이라고 했다. 차선을 변경하려던 차의 과실이 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벤츠의 잘못은 노란색 연습용 차에 양보를 안 해줬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덧붙여 차변변경 사고가 빈번하다고 했다. "도로주행시험 때 사고가 많이 나요. 수강생은 잘못한 게 없더라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실격이죠. 도로가 뻥 뚫려 있어 시험보기 수월할 거란 생각에 휴일에 시험 예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유리하지 않죠. 휴일엔 운전자들이 평소보다 속도를 더 내는 경향이 있어서 차선변경 사고가 많이 나는 편이예요."

집으로 돌아와 도로주행 중 사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니 연수 중 인적사고를 내면 연습면허가 아예 박탈된다. 다행히 경미한 물적 사고는 예외였다. 또 학원측에서 사고 보상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습면허 보험을 가입했을 때에는 물어줄 필요가 없다.

'6시간 도로주행 연습하고 시험보는 건 무리였나보나' 집순이는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을 때에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당연히 한 번에 붙는 줄 알았다. 학과시험(필기)과 기능시험까지는 수월했다. 집순이는 풋 브레이크와 사이드 브레이크를 구분할 줄 모를 정도로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기출문제에서 40문제가 그대로 출제되기 때문에 전혀 긴장해야 할 시험이 아니었지만 집순이는 일찌감치 책을 구입해 일주일 동안 공부했다.

필기시험은 컴퓨터로 치뤄 시험을 마치자마자 점수가 나왔다. 60점만 넘으면 합격이다. '틀린 게 없는 것 같은데 뭘 틀렸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쉬웠다.

그 다음은 기능시험. 시동을 켜고 전조등과 와이퍼를 켰다 끄고, 기어를 바꿔보고 50미터를 직진한 뒤 '비상' 소리가 들리면 정지하는 등 간단한 조작능력을 점검하는 시험이다. (엑셀 밟을 일 없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만 떼 직진하면 될 정도다) 연수도 2시간만 받으면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쉽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운전대를 고작 2시간 잡아봐서인지 다리가 덜덜 떨렸다. 게다가 차선을 밟거나 갑자기 엑셀을 밟았다가 서버리는 등 실격되는 사람들이 속출해 더욱 긴장이 됐다. 차 안에 설치된 네비게이션 크기의 기계가 모든 것을 채점하기 때문에 전조등 등을 조작할 때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해야 한다고 운전학원 강사는 여러번 강조했지만 긴장한 탓에 전조등을 재빨리 켰다 꺼, 5점이 감점됐다. 마지막에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평가기준에 없다) 어쨌거나 통과 기준 80점 이상을 넘겨 아주 무난하게 합격했다.

본게임은 도로주행이다. 의무교육시간은 2시간씩 3번, 총 6시간이다. 기능시험까지 아주 쉽게 합격한 집순이는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 있었다. 도로주행시험에서 3번 떨어지고 4번째 시험 본 끝에 합격한 사람의 이야기는 남의 일로 들렸다. '얼마나 못하면 떨어지지? 그냥 한방에 붙겠구만.' 집순이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첫 도로주행 연습날 완전히 사라졌다.

집순이는 좌회전이나 우회전, 유턴을 할 때 핸들을 얼마큼 돌려야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 채 진짜 도로로 나갔다. 엑셀도 처음으로 밟아봤다. 오로지 앞만 보고 강사의 지시에 따라 운전했다. 좌회전이나 차선을 변경할 때 사이드 미러를 봐야 하지만 전혀 볼 수 없었다. 사이드 미러를 보면 차는 차선을 밟고 있었다. 한 마디로 '멘붕'(멘탈 붕괴)이었다.

그 다음 연습날에도 그리 나아지지는 않았다. 한낮에도 주변이 잘 안 보이는데 그 날은 저녁 7시30분에 연수를 받아서인지 더 안보였다. 원인은 모르겠으나 차가 계속 차선 오른쪽에 치우쳐 강사에게 한바탕 혼이 났다. 그러다 주눅이 들어 빨간색 신호를 못 보고 엑셀을 밟아 일을 낼 뻔했다. 보조석에 보조 브레이크가 없었다면 정말 큰 사고가 날 뻔했다.

마지막 연습이 끝난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코스도 다 외우지 못해 언제 어디서 어느 타이밍에 좌회전 깜빡이를 켜야 하는지,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지 판단할 자신이 없었다. 의무 교육시간을 다 채웠는데도 여전히 멘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험 당일, 채점 시스템이 탑재된 태블릿 PC로 '코스선택'을 누르니 A~D코스 중에 랜덤으로 A코스가 떴다. 'A가 도대체 어떤 코스였지? 기억이 안 난다…' 집순이는 무념무상에 빠진 상태였지만 이미 시험은 시작됐다. 태블릿 PC에서는 '500미터 후 좌회전입니다' 등 안내말만 나왔고 지도는 보여주지 않았다. 차선을 바꾼 뒤에도 깜빡이를 켰고 좌회전 할 때는 빨리 지나가려고 엑셀을 밟는 통에 감독관의 몸이 오른쪽으로 쏠리기도 했다. '띵동, 띵동' 감점을 알리는 듯한 알림음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도착지점에 이를 때 쯤,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초록색 신호만 보고 서둘러 유턴 차선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미 차가 꽉 차 있어 교차로 꼬리물기를 하게 됐고 신호위반으로 실격처리 됐다. 실격된 다음에도 유턴할 때 핸들을 한 바퀴만 돌려 감독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집순이 다음으로 시험을 치른 20대 남성은 95점이라는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6시간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14시간 연수받고 2번 만에 합격했다고 했다. 그는 시험보기 바로 전에 2시간 연수를 받으면 감을 더 살릴 수 있어 유리하다는 팁을 전해줬다.

불합격 뒤 추가로 신청하 도로주행 연습 중 사고가 나 버린 것이다. 다행히 두번째 도로주행 시험은 합격 점수 70점 턱걸이로 통과했지만 집순이의 불안감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운전면허를 따는 데 시간은 7주 정도, 비용은 총 64만9200원이 들었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운전면허를 따려고 조급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지난 5월 노동자의 날부터 석가탄식일까지 황금연휴를 이용해 2주 안에 면허를 따겠다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었다. 학원비도 아끼려고 실력에 상관없이 추가 연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러다 결국 도로주행시험 응시료 4만4000원만 두 번 냈다). 조급하고 어리석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운전면허증 획득이 아니라 안전하게 운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안전 문제에는 시간이든 돈이든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초보운전이라고 써 놓으면 알아서 비켜가겠지'가 아니라 '무조건 사고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전해야겠다고 집순이는 다짐했다.



◇운전면허시험 한번에 통과하는 팁◇

▶현명하게 운전학원 비용 아끼기: 상대적으로 쉬운 기능시험까지는 도로교통공단 면허시험장에서 치르면 학원 수강료를 아낄 수 있다. 자동차전문학원 내에서도 기능, 도로주행 시험을 볼 수 있지만 시험 응시료가 비싸다. 예컨데, 기능시험 응시료(2종 보통 기준)는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은 1만85000원인데 자동차학원 2만5000원이다(학원마다 다를 수 있다).

▶도로주행 코스 암기법: 도로주행 시험시 음성을 통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지도를 볼 수는 없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다음의 로드뷰 서비스를 이용하면 실제 도로 모습을 볼 수 있어 코스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학원에서 코스 녹화 동영상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이것을 참고하면 된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 활용하기: 각 지역 도로교통공단 면허시험장 홈페이지에서는 도로주행 채점 기준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운전석에 타기 전에 자동차 네 바퀴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백미러를 조정하지 않았을 경우, 두 손으로 핸들을 잡지 않은 경우, 10초 이상 정지했을 때 기어를 중립으로 두지 않은 경우 등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점요인을 상세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도로주행 시험 당일 2시간 전 연수받기: 시험보기 직전에 연습하면 운전감을 유지할 수 있어 합격에 유리하다.

▶연습면허 보험 꼭 가입하기: 보험료는 1만원, 보상기간은 14일이다. 간혹 14일이 지난 뒤 연수나 시험을 볼 때 보험에 재가입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꼭 가입하는 것이 좋다. 1만원 아까워했다가 1억원짜리 벤츠와 부딪혀 수백만원을 보상해야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김현정 디자이너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방윤영인턴기자 super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