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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생활/텃밭 이야기

도시에서 농사짓기, 흉물인가 대안인가

지송나무 2015. 5. 20. 14:20

도시에서 농사짓기, 흉물인가 대안인가


줄어드는 농촌, 2020년엔 전세계 3분의2가 도시 거주

얼마 전 귀촌한 지인을 만나기 위해 충청남도 금산에 놀러갔다. 서울에서 꽤 오랫동안 살던 지인은 그새 동네사람들과 꽤 친분을 쌓은 듯 보였다. 알고 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올 여름 아버지 생신을 맞아 땔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60대 아들이 톱과 도끼를 들고 매일같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깜짝 놀라자 40대인 자신이 그 동네에선 막내라고 설명한다. 50대는 전혀 없고, 60-70대가 대다수란다.

하긴 2012년 8월이었던가. '전국노래자랑'에 69세 청년회장이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으니 실감을 못해서 그렇지 뉴스에선 이미 농촌이 초고령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전한다.

농촌에 고령인구비율이 느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젠 빠져나갈 만큼 빠져나가 아예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는 동네도 생겨나는 상황이다. 2005년 충남 서천에 있는 한 마을에서 18년 만에 신생아가 태어나 큰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을이 계속 느는 추세란다.

1970년 800만 명 정도 되던 유소년인구(0~14세)는 2010년 130만 명 정도로 크게 줄었다. 1970년 1850만 명 정도 되던 농촌 인구 또한 2010년 876만 명으로 줄었다. 그 많던 농촌인구는 도시로 옮겨갔다. 2020년쯤 되면 전세계 인구 3분의2 가량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인구가 늘면서 생기는 문제는 인구밀도 증가, 그로 인한 주택부족문제, 교통체증, 공기오염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농촌에서 도시로 보내야 하는 식량 이동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도시는 성격상 자급자족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식량, 에너지는 모두 다른 곳에서 공급받고, 쓰레기는 도시 외곽이나 인근 소도시 또는 농촌으로 보낸다. 인근 도시와 농촌에 빌붙어 생활하는 게 바로 도시인 셈이다. 몇몇 선진국의 경우 식량을 만들고 운반하는 비용이 전체 화물운송서비스의 3분의1정도 된다는 보고까지 있을 정도다.

문제는 도시를 먹여 살리기 위해 한 나라의 농촌만 움직인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곡물자급률은 20%를 살짝 웃도는 정도다. 그 말은 80% 가까이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먼 타국에서 배나 트럭을 통해 식량을 운반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는 적지 않다. 정부살림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비용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식량수입비용과 운반비용이 느는 것에 대해 정부도 긴장감을 드러낸다. 관련 학자들은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며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문제는 환경문제다. 식량을 운반할 때 쓰는 에너지는 대부분 화석연료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는 지구기후를 변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인간생태계를 위협한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정을 맺고, 강제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도시는 계속 커질 것이고, 농촌은 계속 쪼그라든다는 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농촌이 사라지면 도시는 누가 먹여 살리지?

농촌인구가 줄고, 농촌에서 일할 사람이 사라지는 가운데 귀농과 귀촌을 유도하려는 정책이 시행중이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들어갈 경우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다. 일부 농촌 지자체는 이러한 정책이 성공을 거둬 인구가 느는 곳도 생겨났다.

하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우리나라 전체를 봤을 때나, 지구 전체로 봤을 때 사람들은 계속 도시로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도시농업이다.

'왜 농업은 농촌에서만 해야 하고, 도시는 다른 곳에서 사서 먹어야만 하나?'라는 의문을 품은 사람들은 도시에서 작물을 키우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3년 미국 뉴욕시에선 일부 게릴라 시민들이 도시 공터에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뉴욕시엔 대략 건물 옥상을 중심으로 텃밭 600여 곳 정도가 만들어졌다. 이 미국 최대 도시텃밭 프로그램에 약 2만명 정도 회원들이 참여해 농사를 짓는다. 2007년엔 클리블랜드시가 미국 최초로 도시계획조례상 용도지역지구로 도시텃밭을 입법화했다.

이웃나라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서는 1960~70년대 채소와 우유를 스스로 만들어 먹었다. 그 양은 주식을 뺀 식량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중국은 1960년대 초, 대기근을 겪으며 3~4천만 명 정도가 굶어 죽었다. 식량이 매우 부족하던 시기 도시농업은 시민들 생존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도시농지가 이슈가 됐다는 것 자체가 도시농업이 어느 정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도시농업이 주는 이점은 분명하다. 도시민들이 식량을 어느 정도 자급자족하게 만든다는 점, 또한 식량 이동거리를 줄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1960~70년대 베이징처럼 도시농업을 잘 활용한 사례는 쿠바다. 1960년대 쿠바 또한 우리나라처럼 먹을 것을 70% 이상 외국에서 수입했다. 미국 턱밑에 있던 쿠바는 50년 이상 미국으로부터 경제봉쇄를 당했고, 더하여 1991년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던 소련까지 붕괴하자 홀로서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소련이 무너졌을 때 쿠바 인구 80%가 도시에 살았다. 국내 농촌에서 도움을 받아 자립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그 때 택한 카드가 바로 도시농업이었다. 그리고 2000년 20만 명이던 도시농업 종사자는 2011년 45만 명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이나 쿠바는 심각한 식량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농업을 선택했다. 이러한 역사는 도시농업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일찍이 발견된다. 독일은 19세기 중반 도시빈민들이 식량을 자급자족하도록 아르멘가르텐(Armengarten, 빈민정원)을 만들었다. 이후 1919년엔 도시계획에 반드시 파르쩰레(Parzelle, 분구원)를 설치하도록 소임대지정비법이 만들어졌고, 1983년엔 '작은 정원'을 뜻하는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법이 만들어지면서 성장한다. 독일 또한 1, 2차대전을 거치면서 식량공급원으로 클라인가르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독일엔 100만개가 넘는 클라인가르텐에서 4백만 명이 넘게 이용 중이다.

영국 또한 1908년 도시농업 근거법인 얼로트먼트(allotment, 시가 빌려주는 시민농지)법을 만들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제1차세계대전(1914-1918) 당시 독일 봉쇄로 식량난이 생기자 도시농지 요구가 커졌다. 도시농지는 식량난을 이기는 데 요긴하게 쓰였고, 2차세계대전 때는 공원까지 농지로 쓰일 정도로 확산됐다.

최근엔 도시농업이 다양해지면서 실내정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말 뉴욕타임즈는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이 인기를 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 새집에서 나오는 유해성분에 대한 의구심,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 정원을 가꾸면서 얻는 즐거움이 맞물리면서 실내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도시농업에 뛰어든 우리나라, 지방선거에서 도시농지 둘러싼 논쟁

우리나라도 이제 막 도시농업에 뛰어들었다. 2005년 (사)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가 도시농부학교를 열고 상자텃밭보급행사를 한 것을 출발점으로 본다. 정부 또한 2011년 11월 22일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재미있는 것은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도시농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현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임시장이 오페라하우스를 짓기로 한 노들섬에 도시농지를 만들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도심농지였다.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후보는 노들섬 농지를 모두 비판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정몽준 후보는 그 자리에 대관람차 설치를, 김황식 후보는 복합문화공간 건설을, 이혜훈 후보는 청소년 관련시설 건립을 약속했다.

이미 우리보다 한참 앞서 도시농업을 시작한 영국에서도 도시농지를 한심하게 보는 시선이 존재하긴 한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의 지방정부 가운데 땅값이 뛰자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는 개발업자에게 토지를 판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오랫동안 개발세력이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도시 내 비싼 땅을 농지로 쓰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꽤 낯선 풍경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도시농지가 이슈가 됐다는 것 자체가 도시농업이 어느 정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도시농업이 주는 이점은 분명하다. 도시민들이 식량을 어느 정도 자급자족하게 만든다는 점, 또한 식량 이동거리를 줄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은 바로 자전거다. 자전거는 자급자족 에너지 체계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이다. 전기나 석유, 그 어떤 것도 쓰지 않고 오로지 사람 힘만으로 움직인다. 또한 전기나 석유를 쓰지 않으면서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다.

자급자족 체계를 갖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도시농업과 자전거는 일란성쌍둥이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식량은 수입식량으로 대신할 수 있고, 자전거는 자동차로 대신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식량난이나 자전거교통은 그다지 절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식량난이 닥치기 전이고, 에너지난 또한 아직은 먼 미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닥치면 깨닫고 고치겠지만, 그 때는 이미 늦다. '꼭 도시 땅엔 높거나 값비싼 건물을 짓는 게 이득일까?' 이런 의문을 품는다면 '속도가 느리고 많은 물건을 싣지도 못하는 자전거가 도시교통이 되는 것이 이득일까?' 라는 생각도 해볼 만하다.

글: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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