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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마음의 양식/소설 이야기

삼대(三代)/염상섭

지송나무 2015. 6. 26. 16:19

삼대(三代)

                     염상섭

  줄거리

 대지주인 조부 조의관은 양반 행세를 하기 위해 족보를 사들일 정도로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구세대의 전형이고, 아버지 상훈은 신문물을 받아 들였으나, 이중 생활에 빠지고 재산을 탕진하는 과도기적 인간형이다.

 

 아들 덕기는 선량한 인간성의 소유자이나, 조부와 아버지의 부조리 속에서 재산을 지켜 나가는 일에 한정되어 적극성을 잃은 우유부단한 인간형으로 그려진다.

 

 덕기의 조부 조의관은 고루한 봉건 의식의 소유자이다. 어렵사리 모은 거액의 재산으로 집안의 크고 작은 제사를 받들고, 가문의 명예를 키워나가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삼는다. 칠순 노인이면서 부인과 사별 후 서른을 갓 넘긴 수원댁을 후취로 들여 네살박이 딸까지 두고 있다. 조의관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아들 조상훈이다. 맏아들이면서도 집안 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교회사업에 골몰해 집안의 돈을 바깥으로 빼돌리는 데만 혈안이 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조의관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봉제사를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고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이다.

 

 그는 아들보다도 손자인 덕기에서 더 큰 믿음을 가진다. 집안의 모든 일도 손자인  덕기와 의논해서 결정하고, 자신이 죽고 난 후 재산 관리도 덕기에게 일임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덕기의 부친인 조상훈은 위선자다. 미국 유학까지 마친 인텔리에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요, 교회 장로인 그는 교회를 통한 사회  운동과 교육 사업에 큰 뜻을 품고 집안의 재산으로 그런 사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하고 민족 운동가의 가족을 돌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실생활은 구린내는 축첩과 노름, 그리고 술로 얼룩진 만신창이 난봉꾼의 그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살피던 운동가의 딸인 홍경애와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고도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치는가하면, 당대의 오입쟁이들이 출입하는 매당집이란 곳엘 드나들면서 나이 어린 여자들과 불륜의 관계에 빠진다.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신세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친구 김병화처럼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 병화가 하는 일에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기는 해도 그 자신은 법과를 마쳐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다. 자신의 그런 꿈이 가끔 운동가인 병화의 조소를 받아도 크게 개의하지 않는다. 병화는 목사인 아버지와 사상 대립으로 가출해서 이곳저곳 떠돌면서 기식하는 형편이지만 자신의 뜻은 절대 굽히지 않는 반면,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정면 충돌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세대를 달리하는 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기도 한다.

 

 잠재되어 있던 조씨 가문의 불화와 암투가 정면에 드러난 것은 조부의 임종을 앞두고 생긴 재산 분배 과정에서였다. 조의관의 후취인 수원집과 그를 조의관에게 소개해준 최참봉 등은 재산을 가로챌 욕심으로 유서 변조를 계획하고 조의관을 독살한다.

 

 의사들의 배설물 검사로 비소 중독이 판명되자 상훈은 더 명확한 사이인 규명을 위해 사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고 범인 찾기도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러나 손자 덕기가 나타나 수원집 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재산 관리권은 덕기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상훈은 법적 상속자인 자신을 건너뛰고 아들인 덕기에게 그 권리가 넘어가지 유서와 토지문서가 든 금고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한편, 상훈에게 농락 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후 버림받았던 홍경애는 비록 표면적으로는 술집 여급으로 나가면서 생계를 꾸러가지만 해외의 독립 운동가인 이우삼과 연계를 가지면서 그를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경애는 과거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애쓴다. 그는 병화와 자주 만나는 사이에 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조그마한 잡화상으로 경영하며 경찰의 눈을 속이지만 그것이 다른 운동가인 장훈 일파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한편, 이우삼이 국내를 다녀간 뒤 서울에서는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어닥친다. 비밀 조직인 장훈일파는 물론, 가게를 운영하며 경찰의 눈을 피해 있던 병화와 경애도 검거된다.

 

 그리고 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대주었다는 혐의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훈은 비밀 유지를 위해 코카인으로 음독 자살을 한다. 장훈의 자살로 갑자기 조사가 미궁에 빠지자 연행되거나 검거되었던 사람들은 다 풀려 나오게 된다.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금고와 문서를 훔쳐냈던 상훈도 결국 훈방 조치로 풀려난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느끼면서 이제 자신의 어깨 위에 내려 얹힌 조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망연해한다.

 

 

  등장인물

* 조의관(할아버지): 조씨 가문의 가장. 보수적 인물. 조선조 말기 중인 계층의 인물로 돈과 실리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현실주의자. 지난 시대의 고루한 사고 방식과 인습에 젖어 있는 봉건주의자. 자기 개인의 이익과 집안의 위신을 높이는 일에 최대의 가치를 두는 완고한 인물로서, 을사조약을 전후해서 사회가 혼란해지자 2만냥이라는 큰돈으로 의관 벼슬을 산다. 다음에는 남의 족보에 끼어 들어가서 가문을 뽐내려 하고, 이 때문에 큰돈을 들여 족보를 만드는 대동보소를 운영한다. 아들인 상훈이 기독교에 물들어서 제사를 지내지 않자 아들과 대립하고 손자인 덕기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한다. 재산을 노린 후취 수원집 일당에 의해 독살 당함.  

 

* 조상훈(아버지): 겉으로만 신식 문물을 받아들인 인물. 조의관의 아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신사이며, 기독교인. 신문물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 사회사업을 한답시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기에 여념이 없다.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문란하다. 아버지 조의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아들 덕기로부터도 배척 당한다. 축첩과 노름을 일삼는 위선적 인물.

 

* 조덕기(아들): 조의관의 손자이자 조상훈의 아들. 할아버지의 보수성과 아버지의 잘못된 신세계 혹은 병화의 극단적 혁명주의와의 대립을 절충하는 수동적 온건성을 지닌 인물. 할아버지 조의관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재산도 물려받게 된다. 일본 유학생 자신의 앞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도 없고 비록 심정적으론 동조하지만 병화의 극단적 혁명주의에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새로운 삶의 길은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젊은이이다.  

 

* 김병화: 덕기의 친구. 사회주의자.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인간다운 삶의 길을 추구함. 목사의 아들이며, 사회주의 활동을 하기 위하여 집에서 뛰쳐나온다.   

 

* 기타: 홍경애. 필순. 창훈. 수원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