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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마음의 양식/소설 이야기

혈의 루(血의 淚)

지송나무 2015. 6. 26. 16:18

혈의 루(血의 淚)는 "피눈물"이라 의미입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작품이니까... 읽어 두도록 하세여.  

                                                        

▣ 줄거리

  이야기의 발단은 청일 전쟁의 회오리 바람이 막 지나가고 피비린내가 만연한 평양 어느 곳에서 삼십세 가량의 여인이 옷도 풀어 헤친 채 허둥거리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 여인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아내를 잃고 찾아헤매던 어느 외간 남자와 부딪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 부인은 남편 김관일과 의딸 옥련, 세 식구가 난리통에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최씨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자 자살을 결심하고 대동강 물에 뛰어 드나 뱃사공에게 구출되어 평양에 그대로 머물렀으며, 김관일은 나라의 큰일을 해야겠다고 결단을 내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옥련은 피란길에 폭탄의 파편을 맞아 부상했으나 일본군 군의관 이노우에의 후의로 그의 양녀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 간다. 그녀는 원래 총명하고 예쁜 탓으로 이노우에 군의의 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옥련은 그 후 이노우에 군의가 전사하자, 부인으로부터 냉대를 받게 되고 갑자기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방황하다가, 구완서라는 청년과 알게 되어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간다. 구완서는 부국강병의 뜻을 품고 조선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학길에 오르던 중이었다. 옥련은 그곳에서 고등 학교를 우등으로 마치고 이미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김관일과 10년만에 만나게 된다. 옥련이 우등으로 졸업하자 그곳 신문에 옥련에 관한 기사가 나고 이것을 옥련의 아버지인 김관일이 본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옥련과 구완서는 일생의 반려가 되기로 기약하며 약혼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직 평양에 살아 있음을 확인한 옥련은 매우 기뻐하며, 그리움 속에 어머니에게 우선 편지를 띄운다. 구완서는 우리 나라를 문명한 강대국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고, 또 옥련은 우리 나라 여자들의 지식을 넓혀서 남자에게 눌리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며, 또한 여자들도 사회에 유익하고 명예있는 백성이 되도록 교육할 것을 마음먹는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06년부터 1907년에 <만세보>에 연재되었던 우리 나라 최초의 신소설이다. 청일 전쟁의 격전이 휘몰고 간 뒤의 피비린내 나는 평양 모란봉의 참상을 시발점으로 하여, 그 후 10년간의 시간의 경과를 그리고 있다. 여주인공인 일곱 살 난 옥련이 청일 전쟁 때 평양에서 부모와 헤어지고 일본 군의관의 도움으로 구원된 뒤, 미국에서 유학하고 결혼한 후 다시 부모를 만나게 된다는 기구한 운명이 개화기의 시대상과 함께 담겨 있다.

   이 작품의 출현으로 비로소 우리 나라의 소설 문학은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구소설에서 벗어나 서구적인 근대 소설로 첫걸음을 내딛는 문학사적인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형식면에서 살펴보면, 고대 소설이 사건의 시간적 계기에 따르는 평면적 구성을 취한 데 반하여 이 소설은 사건의 시간적 순서를 무시한 입체적 구성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서구의 근대 소설의 수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문장에 있어서는 구소설이 문어체의 문장이라면, 이 작품은 언문 일치의 구어체를 써서 표현의 사실성과 생동감을 얻고 있다.


▣ 핵심 사항

◈ 작자 : 이인직(1862~1916) 작가. 언론인. 호는 국초. 1906년 <만세보> 주필, 1907년에는 재정난에 빠진 <만세보

>를 인수, <대한 신문>을 창간, 사장에 취임. 1908년 원각사를 중심으로 신극 운동을 전개하면서 '설중매'를 각색하고 '은세계'를 집필 상연하였다. 최초로 사실적 산문 문장을 구사하여 신소설 문단을 확립하였으나, '혈의 누', '은세계' 등의 작품을 통하여 그의 친일 의식과 반민족 의식을 강력히 드러내고 있다. 작품으로는 '혈의 누', '귀의 성', '치악산', '모란봉' 등의 장편과 '빈선랑의 일미인' 등의 단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