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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도 오빠 중년남성도 오빠…콜라텍에선 모두 젊은이

지송나무 2019. 4. 1. 10:25

85세도 오빠 중년남성도 오빠…콜라텍에선 모두 젊은이

 
중앙일보 2018.09.11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17)
우리가 직장생활을 할 때 다른 사람이 부르는 호칭은 주로 직장 직위에 관련된 호칭이다. 그래서인지 늘 듣던 게 아닌 호칭에 대해서는 낯설다. 나는 42년을 주로 ‘선생님’ ‘교감 선생님’으로 불린 덕분에 ‘아주머니’ ‘할머니’ 등으로 불리면 왠지 낯설고 묘한 기분이 든다. 별로 상쾌한 호칭으로 들리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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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남자 아기를 만났는데 나를 보더니 '할미'라 했다. 나이로 보면 벌써 할머니가 됐을 나이지만 '할미' 소리가 익숙하지 않아 낯설게 느껴졌다. [사진 pxhere]


얼마 전의 일이다.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 있는데 옆에 앳된 젊은 부부가 두 살 정도 남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기는 이제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했는지 나를 보더니 ‘할미’ ‘할미’ 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당황해서 아기를 쳐다봤다. 아기를 안고 있던 아기 아빠는 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요즘 아기가 말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할미’를 가장 먼저 하기 시작했다며 미안해했다.

나는 아직 자녀가 출가하지 않아서 할머니라는 호칭이 익숙하지 않다. 불편한 마음에 곧바로 아기에게 “아가, 나는 아직 할머니가 아니란다” 하는 게 아닌가? 그냥 ‘응’ 하고 대답하면 될 것을 굳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하고 있었다. 분명 나이로 보면 벌써 할머니가 됐을 나이인데 아기가 바라본 눈이 아주 정확해 ‘할미’라고 한 것뿐인데 할미 소리가 익숙하지 않아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은 예전 같지 않게 호칭에 넉넉한 인심을 보인다. 분명 예전 같으면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웬만하면 상대 기분을 생각하여 ‘어르신’이라고 하거나 ‘어머니’ ‘아버지’ 등으로 부른다. 식당에서도 ‘아주머니’ 호칭을 들어보기 어렵다. ‘이모’ ‘언니’ 등으로 부른다.

특히 콜라텍에선 상대를 무척 배려해 아주 젊게 부른다. 콜라텍에 오는 사람들 나이 분포를 보면 무척 젊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보통 평균 나이가 65세 이상인 신중년이 왔는데 춤이 생활화하고 춤에 대한 인식이 바뀌다 보니 춤을 즐기는 나이가 젊어지고 인구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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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40대 후반에서 80대 중반까지 콜라텍을 이용한다. 콜라텍의 재미있는 특징은 나이 분포가 넓다는 점이다. [사진 정하임]


요즘은 적게는 40대 후반에서 많게는 80대 중반까지 콜라텍을 이용한다. 콜라텍의 재미있는 특징은 나이 분포가 넓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 차가 30년 이상은 기본이다. 나이로 보면 부모님과 자식 관계다.

콜라텍에서 띠동갑이 파트너가 되어 운동하는 것은 흔하다. 아니 띠동갑도 한 단계가 아니라 두 단계도 흔하다. 한 단계는 12살 차이고 두 단계는 24살 차이니 나이 폭이 상당히 큰 셈이다.

다른 운동의 동호회에 참가하는 사람의 구성원은 나이·학벌·사회적 위치·경제적 수준 등이 비슷하기에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다. 반면 춤을 즐길 수 있는 나이의 폭이 큰 이유는 춤은 걸을 수만 있어도, 즉 움직일 수만 있어도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가장 긴 운동이 춤이다.

이렇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구성원이지만 호칭은 항상 ‘언니’ ‘오빠’다. 부모님 같은 경우도 처음 본 경우도 언니, 오빠고 나이가 많은 분도 언니, 오빠라고 호칭한다. 호칭에 관해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크고 관대하다. 이곳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호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분명 머리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라 호칭해야 맞지만 가슴에서는 나도 모르게 ‘언니’ ‘오빠’가 튀어나온다. 내가 젊게 살고 있기에 상대도 젊게 봐 주는 것이다. 불러서 기분 좋고 들어서 기분 좋은 말만 하게 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작동한다. 이렇게 젊게 부르면 나이 든 사람이라도 아주 좋아하고 자신감을 갖는다.


내가 다니는 콜라텍에는 89세의 여성과 85세의 남성 시니어가 가장 많은데 다른 곳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대접받는 것을 당연시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젊은이처럼 행동한다. [사진 정하임]


내가 다니는 콜라텍에는 89세의 여성과 85세의 남성 시니어가 나이가 가장 많다. ‘왕언니’ ‘왕오빠’다. 두 분은 허리가 꼿꼿한 게 정말 젊은 사람 같다. 춤도 음악을 잘 탄다. 일반 세계에서는 분명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대접하고 대접받는 것을 당연시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젊은이처럼 행동한다.

얼마나 행복하고 즐겁고 젊게 사는 곳인가? 콜라텍에 와서 춤을 추면 모두가 젊어진다. 엔도르핀이 나와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에 그렇다. 콜라텍 안은 항상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쳐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춤추는 사람의 특징은 얼굴이 밝다는 것이다. 원래 춤이란 게 화가 나면 출 수 없는 운동이기에 그렇다. 기분이 나쁘면 춤을 출 수 없다. 이유는 춤을 추려면 기쁨을 느끼는 호르몬이 나와야 하는데 기쁨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흥겨운 음악을 들어도 몸이 반응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몸을 움직이기 싫고 춤을 출 수 없게 된다.

콜라텍 안의 사람들 특징은 얼굴은 환하고 걸음걸이는 스텝을 밟듯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걷는다는 것이다. 특히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마치고 술 한잔하러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걸음걸이가 스텝 걸음걸이다. 아직 즐거운 기분임을 알 수 있다. 연주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오기도 한다. ‘나 아직 춤추고 있어’ ‘나 기분이 무척 좋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정하임 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