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인곡 봄/ 송강 정철
전남 담양에 송강정 송강 정철은 이곳에서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지었다 사미인곡의 일부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을 살아갈 인연이며, 이것을 하늘이 모르겠는가. 나 오직 젊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할 곳이 다시 없구나. 평생에 원하되 임과 함께 살아가려고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는 임을 모시고 궁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동안 어찌하여 속세에 내려와 있는가. 내려올 때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 지 삼년이라. 연지와 분이 있지만 누굴 위해 곱게 단장하겠는가. 마음에 맺힌 근심이 겹겹으로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숨이요, 흐르는 것이 눈물이구나. 인생은 유한한데 근심은 끝이 없다. 무심한 세월의 순환이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나. 더웠다 서늘해졌다 하는 계절의 바뀜이 때를 알아 갔다가는 다시 오니 듣거니 보거니 하는 가운데 느낄 일이 많기도 하구나. 소쇄원 광풍각 봄 봄바람이 문득 불어 쌓인 눈을 녹여 헤쳐내니 창 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송이 피었구나. 가뜩이나 차갑고 변화없이 담담한데 매화는 그윽한 향기까지 무슨 일로 풍기고 있는가. 황혼의 달이 쫓아와 베갯 머리에 비치니 흐느껴 우는 듯, 반가워하는 듯하니 이 달이 임인가 아닌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이 너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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