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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마음의 양식/漢詩

'吟井中月(우물 속의 달)'

지송나무 2015. 6. 26. 15:14

 

 

'吟井中月(우물 속의 달)'    / 李奎報(이규보)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竝汲一甁中     [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산 속의 스님이 달빛에 반하여
함께 길러와  한 병 속에 담았네.
절에 돌아와 바로 깨닫게 되니
병 기울자 달 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스님은 저녁지을 물을 긷기 위해 우물에 갔다가
“아 이렇게 고운 달이 있는가”하고 
물 속의 달을 보고 고운 달빛에 반해 탐심이 발동했다.

스님은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면서(汲)
“절에 가서 달빛을 두고 두고 보아야지”하면서
그 물에 비친 달도 함께(竝) 병(甁) 속(中)에 길러 넣었다. 

절에 이른 스님은
물병을 열고 물을 큰 독에 쏟으면서 금방 알게 된다. 
물을 독에 쏟아내기 위해
물병(甁)을 기울이면(傾), 달(月) 또한(亦) 보이지 않으면서
텅 비어버린다(空)는 현실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이 시에서 스님은 구도자이고
달은 그가 구하고자 하는 진리는 아닐까.
물병은 현실적인 수행과 실천을 의미하고
그 속에 담긴 달은 관념이라고 여겨진다.

道는 실천과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관념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작자는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즉 갇혀있는 진리는 물병 속의 진리일 뿐,
물병에서 물이 쏟아져 버리는 순간 사라진다고
은유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작년에 이 선시를 행서로 제작하였는데
어느 스님이 그 작품을 보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상상과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속성이니
아름답다고 말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 삼도헌과 함께 감상하기 -


▒ 이규보(李奎報, 1168(의종 22)-1241(고종 28) ▒

고려 중엽의 대 문장가. 茶와 詩의 달인. 
號 백운산인(白雲山人) 혹은 백운거사.
이규보는 13세부터 문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고려후기 무인정권시대에 계관시인과도 같은 존재로
문학적 영예와 관료로서의 명예를 함께 누렸다. 권력에 아부한
지조없는 문인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대몽골 항쟁에 강한 영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정권에 협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의 문학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한 것이 특징인데, 
그 당시는 글을 읽고 씀에 있어서 중국을 모방함이 많았지만, 
기개있고 강직한 이규보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의 이야기를 서사시로 엮는 등 
민족정신에 바탕을 두고 우리 것을 글로 썼다.

최씨의 무단정치로 한 때 뜻을 펴지 못하였으나,
나중에는 집현전대학사(集賢殿大學士),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 등을 역임했다. 
문집으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이 있고,
그 외에『백운소설(白雲小說)』『국선생전(麴先生傳)』이 있다.
 
차와 관련하여서는 50여 편에 이르는 茶詩가 남아있으며,
이규보의 묘는 강화도 길상면 길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