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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친 水魚之親 TISTORY

■ 마음의 양식/詩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ㅣ 꽃길-전유진

지송나무 2020. 11. 8. 09:48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김용택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리며 햇살을 쏟아냅니다

눈이 길가에 있는 작은 공원 낡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대를 기다립니다

어디에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지요

차들이 지나갑니다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늘 보던 풍경이 때로 낯설 때가 있지요

세상이 새로 보이면 사랑이지요

어디만큼 오고 있을 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대가 오는 길에 찔레꽃은 하얗게 피어 있는지요

스치는 풍경 속에 내 얼굴도 지나가는지요

참 한가합니다

한가해서, 한가한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네요

그대를 기다립니다

이렇게 낡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대를 생각하다가 나는, 무슨 생각이 났었는지,

혼자 웃기도 하고, 혼자 웃는 것이 우스워 또 웃다가,

어디서엔지 불쑥 또다른 생각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생각을 이을 필요도 없이 나는 좋습니다

이을 생각을 버리는 일이 희망을 버리는 일만큼이나 평화로울 때가 있습니다

다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립니다

그대를 기다립니다

어디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살아온 날들이 지나 갑니다

아! 산다는 것, 사는 일이 참 꿈만 같지요

살아오는 동안 당신은 늘 내 편이었습니다

내가 내 편이 아닐 때에도 당신은 내 편이었지요

어디만큼 오셨는지요

차창 너머로 부는 바람결이 그대 볼을 스치는지요

산과 들, 그대가 보고 올 산과 들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갑니다

기다릴 사랑이 있는 이들이나, 기다리는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살아오면서 당신은 늘 내 편이었지요

어디에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어디에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는데,

이제, 어디에서 기다려도 그대가 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도 세상도 저기 가는 저 수만은 사람들도 내가 사는 세상입니다

사랑은 어디서든 옵니다 길가 낡은 의자에 앉아 그대를 기디리는 동안

 

이렇게 색다를 사랑이 올 줄을 몰랐습니다.